행정이 자초한, 초지 내 불법 영농행위
행정이 자초한, 초지 내 불법 영농행위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9.17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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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이하 징역, 당해 연도 초지 단가 3배 이하 벌금형’. 3년전 인 2015년 6월 초 제주도가 발표한 초지 내 불법 영농행위 근절대책의 요지다. 당시 제주도는 초지 보호와 안정적인 농업경영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초지 내 무단 농작물 재배 근절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초지 내 무단 농작물 재배행위 등에 대한 정기 조사를 통해 초지법을 위반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당해 연도 초지 조성 단가의 3배 이하의 벌금을 물릴 방침이라고 약속했다. 3년이 흐른 지금 제주 전역에서 초지 내 불법 농작물 재배행위가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다.

제주도가 당시 발표대로만 초지를 관리했어도 관행처럼 이어지는 초지 내 불법 영농행위는 어느 정도 차단이 가능했다. 초지는 축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조성된 지역이다. 초지조성 허가를 받아 조성된 초지 안에서 토지의 형질변경을 비롯해 초지의 이용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이를 하려고 할 땐 시장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적지 않은 초지가 월동채소류 재배지로 탈바꿈 하고 있다. ‘한탕주의’가 월동채소류 투기재배로 이어지면서 초지 또한 투기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제주시가 올 7월 실시한 초지관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불법전용 초지는 143필지, 11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ha가 대략 3000평인 점을 감안한다면 30만평 넘는 초지가 제 기능을 상실했다. 콩·더덕 농작물 생산으로 초지를 불법 전용한 경우가 92건, 71.3㏊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조경수 등 기타 불법전용 행위가 51건, 42.7㏊ 규모다. 일부 농업인들은 초지의 임대료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초지에서 불법으로 농산물 생산 행위를 일삼고 있다. 한편 제주시는 초지 불법전용 행위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제주시는 월동작물 파종시기에 맞춰 초지 무단전용 특별조사를 이달 말까지 추가 실시한다. 제주시는 무단 농작물 재배 등 불법 행위자를 사법당국에 고발하기로 했다.

읍·면 월동채소류 재배지역 주요 도로변에선 이 순간에도 초지 내 농작물 불법재배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초지 불법전용 행위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초지 불법 전용행위의 폐해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초지 조성의 원래 취지가 훼손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더 큰 문제는 농업의 투기화를 부채질 한다는 점이다. 투기를 노린 초지 내 월동채소류 재배행위는 선량한 채소 재배 농민들의 영농의욕을 꺾는 동시에 공급물량 예측을 어렵게 함으로써 시장을 왜곡시킬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농가를 넘어 사회 전체의 손실과 직결된다. 때문에 초지 내 불법 영농행위는 어떤 명분으로도 합리화 될 수 없다. 제주시뿐만 아니라 서귀포시의 엄정한 단속을 기대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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