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이면 힐링패밀리로 사는 게
이왕이면 힐링패밀리로 사는 게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8.09.16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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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유력 정치인, 한 때 유력한 대권후보로 떠올랐던 A씨는 마약에 빠진 아들을 보며 눈물을 흘린 적이 한 두 번 아니다. 역시 차세대 대권후보로 거론됐던 판사 출신 얼짱 정치인’ B씨에게도 판사인 남편 사이에 다운증후군 딸을 어렵게 키우고 있다.

A씨와 B씨는 소위 금수저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해서 세상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아온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가정도 완벽하지 않다.

우리 보통사람들 역시 문제 없는 가정은 없다고 한다. 겉으로 보면 부럽기만 한 집도 들여다보면 한 두 가지 문제는 다 짊어지고 산다는 얘기다. 실제 집집마다 대놓고 말을 못해 그렇지 실은 부부 사이가 뜨악하거나 부모와 혹은 형제 간 갈등이 심각할 수도 있고, 자식 때문에 속을 끓이는 일도 적지 않다.

 

이번 주말부터 한가위 연휴다. 평소 자주 왕래하지 않던 일가친척도 명절을 맞으면 한 자리에 모인다. 만남이 반갑고 기쁜 가정도 있지만 부담스럽고 불편한 집도 있다. 차례비용 분담은 물론 음식 준비는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을 놓고 형제 혹은 동서 간에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전업주부 며느리와 직장에서 일하는 며느리 사이 갈등도 불거진다.

형편이 넉넉한 부모는 모르지만 그렇지 못한 부모는 자식들 눈치 보기 바쁘다. 같은 자식이라도 처지가 다르면 부모는 행여 못 사는 자식 상처받을까, 모처럼 만난 형제끼리 다투진 않을까 좌불안석이다.

갈등이 있거나 사이가 좋지 않으면 차례만 지내고 각각 흩어진다. 설사 그렇다 해도 부모는 자식들이 한 데 모이는 것을 보고싶다. 등이 휘어지도록 키운 자식에게 짐이 될 지 모른다는 걱정과 외면당하는 서러움 등에 황혼자살이 급증하지만 그래도 세상을 떠나며 남기는 말은 자식 걱정만 가득하다는 마당이다.

 

명절 스트레스는 어른이나 아이나 마찬가지다. 자녀들은 자녀들대로 공부 잘하니’, ‘취직했니’, ‘결혼은 언제 하니등 꼬치꼬치 캐묻는 것 때문에 힘들고, 어른은 어른대로 자식 자랑에 은근슬쩍 돈이나 회사 자랑까지 해대는 형제나 사촌 때문에 열받는다는 것이다.

이번 추석도 예외일 리 없다. 오죽하면 이몽룡 스트레스란 말이 있나. 취업을 못하고 결혼적령기를 훌쩍 넘기는 바람에 명절 차례에 참석 못하는 30세 후반이 된 젊은이들에게 해당되는 얘기다. 주변에서 취직은?”, “결혼은?”, “XX?”이라고 생각없이 내뱉을 때마다 가슴이 턱턱 막힌다.

추석에는 어디로 도망을 가고싶다는 이몽룡들이 안쓰럽다. 나라 경제가 최악에 달했다는 현실 때문이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삶이 어려워진 부부들은 명절로 인해 관계 악화의 결정적 계기가 되기도 한다. 추석이 지난 후 이혼상담이 부쩍 늘어난다는 통계까지 나올 정도니까.

 

하지만 스트레스라는 것도 모두 마음에서 비롯된다. 명절의 위험을 감안해 평소보다 서로를 조금 더 배려하려 애쓰다 보면 오히려 관계가 좋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 다 함께 지친 가족의 어깨를 마사지해주는 시간을 가져도 좋다.

곁에 있어서 피곤한 가족이 되느냐, 곁에 있어 힘이 되고 도움을 주는 가족이 되느냐는 내가 하기에 달렸다.

이왕이면 킬링패밀리(Killing family)’보다는 힐링패밀리(Healing family)’로 사는 게 더 행복하지 않을까.

올 추석에는 내가 먼저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보는 것이 어떨까. 먼저 말하는 자의 기회는 있어도 망설이는 자의 기회는 없다고도 한다. 다신 안보겠다고 했다가도 막상 얼굴을 대하면 안쓰러워 외면하지 못 하는 것이 가족이다. 세상 사람 모두 돌아서도 가족은 모른 체 할 수 없고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

힘들수록 가족이 먼저다. 정치는 혼란스럽고 경제는 어려워지고 있다. 외풍이 거세도 꿈쩍 하지 않도록 가족이란 울타리를 더 든든히 하는 추석이 됐으면 한다.

올 추석 연휴엔 달도 휘영청 밝게 떴으면 좋겠다. 어느 때보다 따뜻하고 정겨운 추석이 되기를 빈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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