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의 욕
현대인들의 욕
  • 정용기 기자
  • 승인 2018.09.1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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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내 한 수제맥주집 외벽에 새겨진 ‘사진 X나 잘 나오는 곳’이라는 문구를 보고 대뜸 ‘정말 사진이 잘나오나?’부터 생각했다.

‘X나’라는 표현이 욕이라는 깨달음이 든 건 그 다음이었다. 웬만하면 쓰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이따금씩 튀어나오는 게 욕이다.

그런데 이렇게 대놓고 욕이 들어간 문구를 새겨놓은 모습을 보니 이 정도는 괜찮다고 봐도 되는 건가라고 자문했다.

여기에 회사 선배가 “그 문구 지나다니면서 자주 봤는데, 하도 많이 봐서 그런지 무덤덤하다”라는 말에 혼란이 가중됐다.

가끔씩 가는 PC방, 편의점에서도 중·고등학생은 물론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친구들까지 내뱉는 표현들을 들어보면 욕은 일상화됐다.

일상에서 쓰이는 욕은 자연스레 언어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 5만7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 실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을 당한 학생들은 언어폭력(34%)을 가장 많이 경험했다.

직장인들 10명 중 4명 꼴로 사내 언어폭력을 겪는다는 취업전문 사이트의 조사결과도 있다.

분위기에 따라 쓰이는 적절한 욕은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영업장에 보란듯이 새겨놓은 욕은 문제가 있어 보였다.

한 언어폭력연구소는 욕설 사용을 줄이고 싶으면 어원을 알아볼 것을 제안했다. 실제 고등학생 30명에게 일주일간 욕들의 어원을 보여주니 욕설 사용이 현저하게 줄었다고 한다.

사용이 줄어들고 있는 제주어 보존 연구, 교육이 한창이다. 문화 계승차원에서 중요한 일이다. 그렇지만 현재 쓰고 있는 언어에 대한 순화도 필요하다.

청소년들은 지금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성인보다 더 뛰어나고 풍부한 욕휘력(욕+어휘력)을 습득하고 있다.

정용기 기자  brave@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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