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왕조의 사원에서 매혹적인 무희를 만나다
옛 왕조의 사원에서 매혹적인 무희를 만나다
  • 강민성 기자
  • 승인 2018.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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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아시아 문명의 원천 신들의 나라 인도를 걷다
(51)삶의 원초적 모습을 지닌 남인도를 찾아서(10)-첸나케사바 사원
첸나케사바(Chennakeshava) 사원 입구에 서 있는 고푸람(Gopuram·탑문)과 중앙에 있는 제단.
첸나케사바(Chennakeshava) 사원 입구에 서 있는 고푸람(Gopuram·탑문)과 중앙에 있는 제단.

 

이번 남인도 여행은 대부분 옛 사원이나 왕궁들을 답사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서인도 여행 때 봤던 사원이나 왕궁들도 벽면에 다양한 조각들이 눈길을 끌었는데, 남인도에서 찾은 사원과 왕궁들 역시 마찬가지네요. 이 조각들을 촬영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특히 무희(舞姬)들의 모습이 다양하게 표현돼 있어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 높은 곳까지 고개를 들어 찾다보니 목도 무척 아프군요.

사원 벽면은 물론 기둥까지 어느 한 곳 비워둔 곳이 없이 빼곡하게 조각들이 채우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사원 벽면은 물론 기둥까지 어느 한 곳 비워둔 곳이 없이 빼곡하게 조각들이 채우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오늘 우리 일행은 과거 호이살라 왕조의 수도였다는 벨루르(Belur)라는 도시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 유명한 사원이 있다고 해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첸나케사바(Chennakeshava)란 이름의 사원으로 다양한 조각 예술품을 지닌 호이살라 왕조의 대표적인 사원이라고 합니다. 이 사원은 비슈누발다나왕(1108~1152)과 나라싱하 1(1152~1173), 그리고 바랄라 2(1173~1220)가 개척과 보수를 거듭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하네요.

사원은 사각으로 높은 담장을 세웠고 동쪽에는 수문 역할을 하는 남방형식의 고푸람(Gopuram·탑문)을 설치했습니다. 고푸람은 물론 사원 벽면 어느 한 곳도 빈 곳이 없이 빽빽하게 춤추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무희들이 조각돼 있습니다. 어찌나 생동감이 넘치는 지 그 옛날 펼쳐졌을 미녀들의 공연이 눈에 그려지네요. 일부 조각들은 오랜 세월 사람들의 손길을 타서인 지 반질반질하네요.

사원을 찾은 인도 사람들이 계단 초입에 장식된 코끼리 조각상을 바라보고 있다.
사원을 찾은 인도 사람들이 계단 초입에 장식된 코끼리 조각상을 바라보고 있다.

 

정문으로 들어서니 담장을 따라 회랑이 길게 이어지고 가운데 소형 석탑과 높은 계단이 있습니다. 계단 위에는 본전이 자리했고 좌측으로 한 건물이 보이는데 이 사원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건물이라는군요. 가이드가 이곳저곳 건물들에 대해 설명하지만 정신이 없어 다 알 수가 없네요. 사원 안으로 들어설수록 각종 신상이 빼곡히 조각돼 있습니다. 초입의 조각보다 크기도 크고 더 섬세한 모습입니다. 중앙부에는 두 마리 코끼리의 수호를 받는 신이 조각돼 있는데 그 섬세하고 역동적인 모습에 이 분야의 문외한이지만 놀라지 않을 수 없네요.

특히 중앙 본전의 기둥과 벽면 차양 아래 조각된 무희와 길상문(장수나 행복 따위의 좋은 일을 상징하는 무늬)은 이곳 석조 조각의 극치를 보는 듯 합니다. 무희들은 건물의 42개 외곽 기둥에 장식돼 있는데 탄력성과 생명력이 충만한 아름다운 자태가 감탄을 자아냅니다.

이 사원을 찾은 인도 사람들은 조각 하나 하나의 의미를 알고 있는지 어떤 조각에는 꽃과 향료를 바치기도 하네요. 크고 작은 조각마다 제각각 의미가 있겠지만 나그네로서는 그 사정을 알 길이 없네요. 주마간산 격으로 사진을 찍고 스쳐 지나가는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사원 안에서 한 사제가 신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내부 벽면을 채운 조각들이 인상적이다.
사원 안에서 한 사제가 신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내부 벽면을 채운 조각들이 인상적이다.

 

사원 전체의 모습보다는 조각들을 집중적으로 촬영하느라 정신없이 돌아다니는데 발바닥이 화끈거립니다. 잠시 그늘에 앉아 쉬는데 양말을 신은 발이 화상을 입은 것처럼 화끈거립니다. 돌로 깔아 놓은 사원 바닥이 햇볕에 달궈져 뜨거웠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맨발로 다니는 인도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사원을 거닐고 있어 신기하네요.

비슈누 신이 모셔졌다는 성소 안을 들어가 보니 나이가 많아 보이는 힌두 사제가 수많은 신도 앞에서 집전하고 있습니다. 무심코 카메라를 꺼내들었더니 성난 얼굴을 합니다. 사원 안에서는 촬영 금지라는 것을 깜박 잊었지 뭡니까. 얼른 카메라를 집어넣었답니다.

힌두 사제는 비슈누 석상에 우유로 보이는 액체를 붓고 꽃을 올려 염송을 합니다. 근엄하면서도 날카로운 눈빛, 신도들을 압도하네요.

더 보고 싶지만 무슨 말을 하는 지 알아 들을 수도, 사진을 찍을 수도 없어 아쉬움을 남기고 다음 행선지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기자>

강민성 기자  kangm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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