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바다’ 찾아나선 시인, 그리움과 만나다
‘섬·바다’ 찾아나선 시인, 그리움과 만나다
  • 제주일보
  • 승인 2018.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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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바다 城山浦(성산포)(1978년)
‘그리운 바다 城山浦(성산포)’ 초판(신도출판사 1978)과 2판 16쇄(동천사 1994) 표지.
‘그리운 바다 城山浦(성산포)’ 초판(신도출판사 1978)과 2판 16쇄(동천사 1994) 표지.

 

몇 해 전 어느 날 연세가 좀 있으신 분의 문의 전화를 받았다. 한 시집을 찾는 분이셨다. 마침 책방에 재고가 있는 책이었다. 한데 그 분이 그 책을 좀 더 구할 수 있는 지 물으신다. 한 권이 더 있기는 하다고 말씀을 드리니 몇 권을 더 구했으면 하셨다. 같은 연배의 지인들과 독서 모임을 하는 데 이번에 함께 읽기로 정한 책이 바로 그 시집이라는 사정 얘기를 하셨다.

우리 책방에 있는 두 권이야 그냥 드리면 되는 데 추가로 필요한 책들은 육지부 서점에서 불러와야 하니 추가되는 배송료가 문제였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형국이라 사정 얘기를 하고 그 시집을 파는 헌책방 사이트를 알려 드릴테니 직접 주문을 하시던가 아니면 그냥 새 책을 구매하시는 건 어떠시겠냐는 제안을 드렸다.

그런데 그 분 말씀이 인터넷을 통해 직접 주문하는 것도 좀 복잡하고, 무엇보다 누구는 헌책 누구는 새책을 갖는 것도 좀 그러니 번거롭더라도 우리 책방에서 구매 대행을 해주었으면 하셨다.

그 시집은 대부분 젊은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책인데, 제주에서 나고 자란 현지인이 그것도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 함께 읽으려고 구하신다니 거절할 수 없어서 일주일 후에 모두 구해드리니 그리 기뻐하신다.

그 시집이 바로 그의 발길이 닿은 섬이 우리 제주를 비롯하여 1000여 곳이 넘는다고 섬 시인으로 통하는 시인 이생진(李生珍 1929~)그리운 바다 城山浦(성산포)’이다.

충남 서산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외딴 섬을 좋아했고 그러다 보니 해마다 여름이면 詩集(시집)畫帖(화첩)을 들고 섬으로 돌아다녔다’. 그렇게 30년 바다와 섬으로 돌아다니며 얻은 시를 한 권의 시집으로 낼 수 있어 기쁘다고 한 게 바로 이 시집이다.

수록된 81편 가운데 앞의 24편은 1975년 여름 성산포에서 쓴작품이고, ‘뒤의 57편은 1978년 초봄 그 곳에서 바다를 보며 정리한 것들이다.

이 시집은 1978년 신도출판사에서 처음으로 세상에 나왔다. 이 초판은 시인이 그린 성산 풍경을 표지화로 직접 장정(裝幀)을 했는 데 지금은 아주 보기 드문 책이 되었다.

요즘 독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푸른 색 표지의 시집은 1987년부터 동천사에서 출판된 것으로 이 이미지는 우리글에서 2008년부터 지금까지 발간되는 책에 그대로 계승되었다.

수 많은 시집들 가운데서도 눈에 잘 띄는 이 푸른 색 시집만 늘 보다가 얼마 전 생소한 책등과 색깔을 가진 그리운 바다 城山浦(성산포)’가 눈 앞에 나타났다. 처음 보는 순간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원래 이런 생김새였구나하는 마음에다 시인의 친필 서명까지 있으니.

1955년 첫 시집 토끼를 발표한 이래 모두 30여 권의 시집과 수필집을 펴낸 시인의 저작 가운데 가장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시집은 올해로 출판된 지 꼭 40년이 된다.

그 긴 세월 동안 제주에 사는 현지인이든 제주에 오는 여행자든 모두에게 꾸준히 사랑 받는 스테디셀러이다.

40년 전에 발표된 시인의 시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뜬 눈으로 살자’(無名島)

지금의 제주 한달살이는 시인이 선구자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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