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고교입시 시즌을 맞으며
새로운 고교입시 시즌을 맞으며
  • 홍성배 선임기자
  • 승인 2018.09.13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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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최근 입학전형 요강을 발표하면서 올해 고교 입시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올해 고교 입시의 가장 큰 변화는 그동안 이어졌던 선발고사가 폐지되고 100% 내신성적으로만 학생을 선발한다는 것이다.
제주도교육청이 밝힌 2019학년도 도내 고교 입학정원은 총 6600명이다. 학생 수 증가 요인 등을 반영해 전년도 6315명보다 285명 늘렸다. 입시 때마다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던 제주시 평준화지역 일반고는 전년대비 403명 증가한 3010명으로 결정됐다.

전체 입학정원 증가보다 더 많은 인원을 평준화지역 일반고에 배정한 것은 100% 내신으로만 처음 선발하는 상황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일반고 진학 기회 확대 요구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교육청이 학급 당 정원을 35명으로 조정하면서까지 일반고 정원을 늘렸지만 제주에서는 일반고 정원보다 진학 희망자가 많아 올해도 막판까지 치열한 눈치작전이 예상된다.
그동안 제주시 동지역 평준화고는 매해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에 달하는 학생이 탈락하는 등 치열한 입시 경쟁이 반복돼 왔다. 다른 시·도의 경우 대부분 희망하는 학교로 들어갈 수 있는 반면, 제주지역은 그렇지 못한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최근 들어 제주시 동지역 쏠림현상이 줄고 경쟁률이 떨어지면서 탈락자도 감소했다고 하지만 중학교에서 일정 성적 이상이 아니면 원서조차 쓰지 못하는 실정이다. 올해의 경우도 수험생과 학부모를 모두 만족시킬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대학가기보다 일반계 고교 가는 게 더 어렵다’는 말이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고교 입시는 대학 입시와 달리 지역 사회 전체의 관심을 받지는 못 한다. 한 번 지나면 더 이상 상관이 없는 데다 단 1점이라도 더 얻기 위해 끝까지 전력투구해야 하는 대학입시와 달리 합격 커트라인대 학생과 학부모만의 문제여서 당사자들만 속앓이를 한다. 이른 바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은 고교과정의 선행학습을 하는 상황에서 말이다.
치열한 고교 입시는 사교육으로 이어진다. 교육부가 발표한 2017년 제주지역 사교육비 총액은 2163억원, 1인당 평균 사교육비는 22만3000원이었다. 학교급별로는 심각한 고교 입시 경쟁에 놓여있는 중학교가 25만8000원으로 가장 많았고, 초등학교 21만2000원, 고등학교 21만1000원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선발고사에서 100% 내신으로 바뀐다고 해도 일선 현장의 고민은 여전하다. 학생들은 3년 간 내신관리에 ‘올인’해야 하기 때문에 학습 및 수행평가에 대한 부담을, 학부모들은 평가의 공정성 및 학교 간 성적 격차 등을 우려하고 있다. 학업 성취 수준이 낮은 학생들이 자포자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춘기’인 중학교 시절은 ‘질풍노도의 시기’다. 미처 적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꿈도 세우기 전에 꺾이면서 패배의식을 품고 살아야 한다면 우리 사회의 크나큰 손실이다.
내신 100% 선발이 결정된 이후 일부 학교에서는 한 학기에 1번밖에 시험을 보지 않는 가 하면 수행평가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출결사항과 봉사활동 등도 미리미리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학교현장의 이야기를 접해보면 나이 어린 중학생들 상당수가 수행평가나 출결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부모의 열성을 논외로 친다면 결국 학교, 교사의 역할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교사들이 얼마나 신경 쓰고, 관심을 가져주느냐가 커다란 변수가 되는 셈이다.
좁은 지역에서 고입 문제가 해결되려면 읍·면지역 고교의 성장, 특성화고의 활성화 등 고교체제개편이 원활히 추진돼함은 물론이다.
그 이전에 무엇보다도 교사들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학교현장에서 교사들이 신명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하는 이유다.

홍성배 선임기자  andhong@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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