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살아 있는가?
학교는 살아 있는가?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9.1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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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수 시인·문화기획가

우리처럼 교육에 열성적인 나라도 드물다. 어린 시절 아버지도 7남매의 어려운 농촌 살림 속에서 나를 제주시로 유학(?) 보냈다. 아마 공부만 열심히 하면 부모 세대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으리라 확신했기 때문이리라. 당시만 해도 경제 성장기였기 때문에 대학교 4학년만 돼도 각 기업체에서 채용을 하려고 줄을 섰었다. 요즘 젊은 세대들 입장에서 보면 부러운 시기였다.

당시에 학교 교육, 그러니까 공부는 우리 삶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만능키였다. 그러한 삶을 경험한 세대가 우리 사회의 중추가 된 지금 우리는 여전히 그때의 공부 신화(神話)가 다시 살아나기를 자녀 세대에게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 아무리 시대가 흘러도 여전히 학교 교육이 우리 사회의 신분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 교육이 만능키 역할을 하고 있는가.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늘 학교 교육이 문제라는 인식 하에 다양한 제도 개혁과 시도를 해 왔다. 문제는 지금까지의 교육 개혁이 기회의 평등이라는 가치 기준과 정의로운 결과라는 이상향을 오히려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금수저·흙수저 논란이라든가, 학교 서열화 문제, 성적 지상주의로 인한 온갖 부정부패 등 헤아릴 수 없는 교육 적폐가 해결되지 않은 채 교육개혁이 이뤄질 때마다 새로운 적폐로 둔갑하면서 쌓여오고 있는 것만 같아 가슴이 아프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학교 현장은 어떤가? 학교보다는 학원이 더 가깝고 학교 친구들은 단지 경쟁자일 뿐이다. 선생님과 학생 사이의 신뢰, 우리 사회와 선생님 사이의 신뢰, 심지어는 선생님과 선생님 사이의 신뢰도 깨진 지 오랜 것 같다. 학교생활기록부에 적히는 글자 하나 하나에 학생의 인생이 좌우된다는 인식이 생기도록 진화(?)된 제도 하에서 빚어진 일들이다. 심지어 일부 몰지각한 교사들의 성적 관련 비리들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학교 현장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고 있다. 그렇다고 어렵게 들어간 대학이 학생들을 우수한 인재로 길러내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

공부에 대한 획일적 가치 기준도 여전하다. 우리가 아는 공부는 ···사탐·과탐성적이 유일하다. 요리 실력을 키우기 위해 요리 연구를 하거나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해 운동 연습을 하는 것은 공부가 아니다. 가수가 되기 위해 밤낮없이 춤과 노래 연습을 하는 것도 공부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기준에 의하면 그들은 공부못하는 열등생일 뿐이다. 한 가지 민망한 것은 그렇게 학교 교육에서 소홀히 대우하고 무시당하던 그들이 한류 바람을 일으키고 우리 나라의 위상을 높이는 데 누구보다도 위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음악을 위해 고등학교를 중퇴한 서태지가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대들보가 되었다는 것도 우리 학교 교육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가 바라는 학교의 기능은 무엇인가. 진지하게 물어봐야 할 시점이다. 수차례 개혁이 이뤄졌지만 아직도 우리 나라는 명문대 진학률을 따지고 수능 만점자가 누군지 궁금해 하며 ···사탐·과탐이외의 영역에 도전하려는 학생들을 별종으로 여기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학교가 우리의 후손들을 바람직한 사회적 인재로 길러내는 교육기관이 아니라 학생들의 성적 관리 기관이나 학부모와 학생들의 행정업무 처리기관이 되어 가는 것 같은 염려가 되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더 이상 개별 학교의 노력 여하에만 의지하는 학교 정책,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의해 만족도가 달라지는 학교, 몇몇 선생님의 노력에 의해 좌우되는 학교가 아니라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동급의 교육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고 학교 교육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우리 시대에 학교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남아야 하는가. 1980년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고 부르짖던 세대가 이제 사회의 중추가 됐는데 왜 우리가 피하고자 몸부림쳤던 삶을 후손들에게 그대로 대물림하고 있는가.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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