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양심
행동하는 양심
  • 현대성 기자
  • 승인 2018.09.1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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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 자유로운 나라가 되려면 ‘양심’을 지키십시오. 진정 평화롭게 정의롭게 사는 나라가 되려면 ‘행동하는 양심’이 돼야 합니다. 방관하는 것도 악의 편입니다.'

故 김대중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펼친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연설 일부다.

이 연설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는 격언이 돼 전해졌다.

지난 6월, 학과 교수가 성희롱, 인격 모독, 교권 남용 등의 각종 ‘갑질’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한 제주대학교 멀티미디어디자인 전공 4학년 학생들은 학교와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비상대책위를 꾸려 항의를 이어갔고, 학교는 교수의 ‘갑질’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인권센터, 교무처, 산학연구본부 윤리위원회 등 분야별로 해당 의혹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학교는 조사 결과를 학생과 해당 교수에게만 전달하고 공개하지 않았고, 외부로 조사 결과가 새어 나갈 것을 우려해 학생들에게 조사 결과를 누설할 경우 명예훼손 소송을 당할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침묵을 강요하기도 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강요된 침묵 대신 ‘행동하는 양심’을 택했다.

비상대책위 학생들은 학교 측의 조사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며 지난 3일 학교 정문에서 서명운동과 학내 행진을 벌였다. 

이어 지난 10일에는 오영훈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을)을 만나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제주대 멀티미디어디자인 전공 비상대책위 대표 학생은 오영훈 국회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이 사건이 수면에 드러난 것은 3∼4개월이지만, 오래 전부터 교수의 갑질이 있었다”며 “4학년 학생들이 시간과 노력 모든 것을 걸고 후배를 대신해 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학교 4학년, 취업 준비 대신 거리로 나선 이들의 양심은 그동안 ‘악의 편’에 섰던 행동하지 않은 양심을 부끄럽게 하고 있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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