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지브롤터’
‘동양의 지브롤터’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9.10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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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후 작가·칼럼니스트

제주도를 동양의 지브롤터(Gibr altar)’라 부른다. 19461021일에 AP통신 시사평론가 화이트가 제주도는 전략기지로서 동양의 지브롤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그렇다면 지브롤터는 과연 어떤 곳일까?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빠져나가는 길목에 위치한 지브롤터는 영국령의 반도이다. 영국 해군과 공군을 지키는 견고한 기지이다. 그곳을 두고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의 여러 민족이 쟁탈전을 벌여왔다. 세계대전 때에는 미군 작전기지로 독일군의 폭격을 받기도 했다. 그곳의 법적 지위는 1830년 영국의 직할 식민지(Crown Colony)에서 1946년 영국령 해외영토(Overseas Territory)로 변경되었다. 우리는 동굴음악회하면 우도가 떠오른다. 스페인 남단 지브롤터의 성 미카엘 동굴(St. Michael's Cave)에서도 음악회가 열린다. 로마시대부터 신비의 동굴로 유명하다. 동굴은 지브롤터 해협으로 연결되면서 그 바다 밑의 길이는 24, 깊이는 62.5m이다. 2차 대전 때는 응급병원도 차려졌으며 미스 지브롤터선발대회도 열리고 그 중 음악 연주회가 압권이다.

제주도는 동아시아 지중해의 목젖과 같은 위치이다. 한반도 지도를 거꾸로 돌려놓고 보면 제주도가 제일 앞에 나와 있다. 바로 중심이다. 중국과 일본이 바로 지척에 있고, 조금만 더 나아가면 동남아시아가 앞에 자리잡고 있다. 문화적, 전략적, 상업적 요충지라는 의미다.

그래서 제주도는 예로부터 지정학적으로 군사적 요충지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제주도에서 저 엄청난 학살사건이 벌어졌는지 모른다. 제주도가 언제든지 동북아의 화약고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제주도를 동양의 지브롤터라고 하는 것일까?

이처럼 동북아시아의 중앙에 위치한 지리적 특수성으로 인해 전략적 요충지로 주목 받아왔다. 몽골족이 세운 원()이 제주도를 점령해 100년 가까이 지배하였다. 일본제국주의는 모슬포 지역에 비행장을 만들고 오오무라(大村) 해군항공대를 설치해 중국 대륙을 향한 폭격기지로 삼았다. 지리적 중요성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직전의 상황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일본에게는 본토 사수를 위한 최후의 보루, 전쟁 상대인 미국에게는 일본으로 진격하기 위해 반드시 점령해야 할 섬으로 부각되면서 전쟁의 한복판에 놓이게 되었다. 일본은 1945년 초 본토 사수를 위한 대미(對美)결전의 최후 보루로 삼기 위해 섬 전체를 요새화하였다.

이로 인해 주민들이 당한 고초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일본군은 어뢰정 기지를 만들기 위해 해안 절벽에 굴을 파도록 했다. 미군 함정이 다가올 경우 어뢰정을 타고 미군 함정에 돌진해 배를 폭파시키겠다는 바다의 가미카제였다. 성산 일출봉, 대정읍 송악산, 함덕해수욕장 인근의 서우봉 등 아름다운 해안 절벽마다 줄지어 뚫려있는 굴이 어뢰정 기지이다.

1948328일 이승만(李承晩)은 방한 중인 미 육군성 차관 드래퍼(Draper)와의 회담에서 미국이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설치하고자 할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말을 들었다면서 한국정부가 수립되면 한국인들은 매우 기꺼이 미국이 제주도에 영구적인 기지를 설치하도록 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한 19495월 제주를 방문한 유엔한국위원단은 보고서를 통해 대한해협 남쪽 그리고 일본의 남부와 중국의 북부 해안에 위치한 제주도의 전략적 중요성은 명백하다고 기술하기도 했다.

지브롤터에 해군기지가 있는 것처럼 제주도에도 해군기지가 있다. 너무나 빼닮은 꼴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강정해군기지가 미국을 대신하여 중국과 맞설 불침 항모라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견제로 제주도에 해군기지와 공군기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중국과 일본은 이어도와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어 자국의 이익을 키우려는데, 우리끼리 모여 평화, 평화 읊는다고 평화가 오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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