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와 안식처
미로와 안식처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9.04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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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숙.서울가정법원 상담위원/숙명여대·가천대 외래교수

인간 관계의 갈등을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하는데 상담도 그 중 하나다.

그래서 상담을 직업으로 가지려는 사람은 수많은 시간, 관계에서 빚어지는 갈등의 원인과 바람직한 갈등 해결에 관련한 공부를 한다. 이 공부와 훈련을 게을리하게 되면 상담 현장에서 상담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해결되지 않은 상처에 빗대거나 덧대어 상담을 풀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자신의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순 없지만 어떤 문제에 자신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정확히 아는 심리분석 훈련은 상담가가 되기 전, 그리고 현장에서 상담을 하는 동안 필수요건이다.

관계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고통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줬다고 보람을 느끼는 날이 많지만 어쩌자고 수많은 직업 중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그 어려운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하게 됐을까! 상심하는 날들도 있다.

근래 상담 관계자들이 모이는 세미나가 있어 참석했다가 식사 자리까지 함께 했다. 식당이 걸어서 가기는 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는 애매한 장소에 있어 참석자들의 차량을 몇 대 나눠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얼마 후 만나기로 한 식당에 도착했는데 몇몇 일행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잠시 기다려보다 결국 ? 이상하다?’ 하며 그들에게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당연히 서로 함께 가겠거니 생각하고 세미나 장소에 아직 그대로 있었다.

왜 기다리라고 이야기 안 했나? 어떻게 먼저 갈 수 있나? 등등. 아쉬운 이야기를 쏟아내며 물리적 거리가 멀지 않다 해도, 또 원래 친한 사이라 해도 방심하지 말자며 서로 웃었다. 15분 이내면 갈 수 있는 장소가 불통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상담가가 되려는 분들이 모인 곳에서 강의나 집단 상담을 하는 경우도 있다. 관심을 가지고 모였기에 참여 열기는 높을 수밖에 없다. 기대와 열기가 높은 만큼 자기 표현도 많이 한다. 그런데 같은 목적을 가진 만큼 서로 눈빛을 나누며 마음을 담은 이야기를 주고받겠거니 여겨지기도 하지만 간혹 강사 의도와는 다르게 받아들여져 반문을 제기하는 때도 있다. 반대 의견이나 다른 의견이 강의에 자극을 주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가끔은 분위기가 싸늘해져 수습에 애를 먹기도 한다.

축적된 관계의 밑바탕 없이 일회성 혹은 짧은 회기의 만남일 경우 자기 표현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느냐에 따라 성장의 시간이냐, 에너지 소모의 시간이냐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서 또는 어그러진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자신의 마음 상태를 상대방에게 잘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긍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으로는 미소, 자세 등을 공손하게 하며 긍정적인 감정을 느낀 이유나 근거를 이야기하는 게 좋다. “당신이 이처럼 열심히 임하는 모습을 보니 믿음이 간다.”

불쾌한 감정을 표현할 때는 상대방의 잘못을 비난하는 방식보다는 상대방의 행동으로 인한 나의 불편, 불쾌를 전달하는 표현을 한다. “네가 여러 사람 앞에 내 별명을 불러서 내가 무시당한 느낌이 들었어. 앞으론 별명보다는 내 이름을 불러주면 좋겠어.”

부탁을 할 때는 부탁하기 전 상대방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좋다. 부탁에 대해 상대방 의무를 강요해서도 안 된다. 도움 요청을 거절할 수 있고 거절 당할 수 있는 관계가 서로 건강한 관계이다. 부탁을 받았는데 이를 도와주지 못 할 때도 상대방이 도움이 필요한 상황임을 충분히 이해했음을 알린다. 그리고 도움을 주지 못하는 자신의 상황을 알리고 아쉬움을 표현한다.

인간 관계는 복잡해 헤매며 고민하는 미로이기도 하다가 행복해지고 만족스러워지는 안식처가 되기도 한다.

어렵고 힘들수록 먼저 손 내밀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가끔은 힘들어 하는 이들을 기다려주고 그들이 툭툭 털고 나왔을 때 항상 같은 자리에서 기다려주는 한결 같음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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