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복 제주예술문화진흥원장이 구한말 제주에서 유배생활을 했던 이용호의 ‘청용만고(聽舂漫稿)’를 5년에 걸친 작업 끝에 번역본을 펴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책은 일기체 형식으로 써졌으며 19세기 제주의 풍속 및 사회상을 읽을 수 있어 제주관련 향토 사료로써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이여도’의 어원이 표기된 책 중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책이라는 것이 눈길을 끈다. 제주민요 가운데 ‘방애질소리’ 혹은 ‘맷돌질소리’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후렴구인 ‘이여도사나’에서 ‘이여도’란 어원이 ‘너와 이별한 섬’이란 의미의 ‘이여도(離汝島)’란 표기를 사용했다.
또 저자는 4년 2개월 남짓의 유배생활 동안 제주의 민란 중 ‘방성칠의 난’과 ‘이재수의 난’을 몸소 겪으며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내용이 시문으로 표현해 역사를 잘 반영했다.
그리고 저자의 삶을 볼 수 있다. 유배지 제주에서 머무는 동안 귤회라는 시모임을 만들어 동료 유배객들과 교류했으며 개인 서당을 운영하며 김석익 등 제주의 젊은 인재들을 문하생으로 길러내기도 했다.
역자는 “시문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고(典故)의 내용을 상세히 설명한 역주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책 속에 등장하는 이용호의 시문 500 여수를 1000 여개의 각주를 통해 설명했다.
현 원장은 성악가로서 20여 년간 우도의 바다동굴인 고래굴에서 동굴음악회를 개최해왔고 향토사 자료 발굴에도 노력해왔다.
문예원 출판/640쪽/책값 7만원
김나영 기자 kny806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