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色)다른 인생학교, 한수풀해녀학교 입문양성반을 졸업하며
색(色)다른 인생학교, 한수풀해녀학교 입문양성반을 졸업하며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9.02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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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영 문화기획자·관광학 박사

지난 1일 제주시 한림읍 소재 귀덕2리 사무소에서는 제주 한수풀해녀학교 제11기 입문양성반 학생들과 가족, 귀덕2리 해녀회 등 학교관계자, ·외빈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한 졸업식이 열렸다.

누군가에게 2018년 여름은 역대 최대 폭염일수를 기록했던 시간으로 기억될 터이지만 필자를 포함한 졸업생 53명에게 2018년 여름은 조금은 남다를 듯하다.

해녀 선생님들께 배웠던 첫 물질, 동료들과 함께 준비했던 엇자리 날아라! 해녀학교 여름바당 축제’, 비양도로 떠난 타바당 체험 등 뜨거웠던 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던 일련의 활동들은 졸업생 각자의 기억 저편 어딘가에 색()다른 인생학교라는 제목의 추억으로 간직될 것 같다.

올 해로 11기의 졸업생을 배출한 제주 한수풀 해녀학교는=2007년에 제주시 주민자치센터 특성화사업으로 처음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8년에 사시사철 바다와 싸워가며 억척스럽게 수산물을 채취하고 생업을 이어온 제주해녀의 삶과 지혜, 강인한 개척정신을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제주 해녀문화 보존에 이바지하고자 해녀학교를 설립, 1기 입학생을 받고 오늘에 이르게 된다.

해녀학교의 목표는 앞으로 해녀가 되고자하는 자를 모집하여 일정 기간 해녀로서의 소양과 기술을 습득·연마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직업인으로서 해녀 인력 양성은 물론 사라질 위기에 있는 제주 고유의 해녀문화에 대한 이해 증진을 통해 해녀문화를 계승 발전시켜나가는데 있다.

1기부터 제11기까지 다양한 계층과 연령대의 졸업생 580여 명을 배출=올해 한수풀해녀학교는 지난 526일부터 지난 1일까지 매주 토요일, 14차례 운영되었는데 교과과정은 해녀에게 직접 듣는 해녀로서의 삶과 해녀 공동체 이야기, 태왁 및 소중이 만들기, 프리다이빙 호흡법, 잠수법 등의 이론과정과 해녀 선생님들과 바당 체험장에서 실시하는 물질, 해산물 채취법 등의 실기과정이 포함되었다.

11기 졸업생의 거주지별 분포(도민 31·도외거주자 18·외국인 4)와 연령대는 다양하다.

제주에 이주하여 해녀나 해남이 되고자하는 사람들, 바쁜 일상으로부터 삶의 활력과 위안을 얻고자 한 사람들, 웹디자이너, 의사, 간호사 등 다양한 배경의 직업인들이 해녀학교에서 만나 해녀문화뿐만 아니라 서로에 대한 이해 또한 깊이를 더했다.

실질적인 해녀 양성의 산실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해녀학교에서는 지난해부터 해녀 직업 양성반을 개설하였고 올해까지 20여 명이 배출될 예정이다.

어느 정도까지는 직업인으로 해녀 양성 노력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해녀가 되고 싶어입학한 이들에게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해녀가 되는 길에 대한 명확하고 일반화된 체계 제시가 미진할 뿐만 아니라 어촌계 가입 조건이 까다로운 것도 현실이다.

오랜 기간 공동체의 고유성에 기반하며 형성하여 온 제주 특유의 해녀문화이니 쉽지는 않은 일이나 2016년 제주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의미와 가치에 대해 되새겨 보는 것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사라져 가는 해녀문화, 해가 거듭될수록 그 수가 감소되고 고령화되는 제주해녀의 현실을 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하나씩 풀어가는 방안에 대해 시간을 갖고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좋겠다.

이와 더불어 해녀의 가치가 하나의 어촌계, 하나의 마을을 넘어 세계 속의 자랑스러운 제주를 만드는 문화적 요소로 나아가는 변화가 이미 시작되었음을 인정하였으면 한다.

그런 변화의 인정이야말로 한수풀 해녀학교 위상에 대한 내부적 시선의 확장, 외부 시선에 대한 탐색 시도, 더 나아가 활용 방안 모색에도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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