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대를 위한 묘목을 심고 있는가
다음 세대를 위한 묘목을 심고 있는가
  • 김경호 기자
  • 승인 2018.08.3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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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유키의 산림연수원 성공기
‘지고 난 뒤에는 꽃잎이 피는 법’
일의 의미 찾는 청춘의 이야기
영화 ‘우드 잡(Wood Job)’ 스틸컷.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산울림의 노래 ‘청춘’의 가사처럼 시대를 불문하고 청춘들은 세파에 부딪히며 치열하게 삶을 고민한다. 특히 갓 사회에 나온 청춘은 자신이 어떤 일을 해야 하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 마련이다.

요즘 세계 각국에서 푸르러야 할 청춘이 시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거·취업·결혼·출산 등을 포기하는 ‘N포 세대’가 늘고 있고,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높은 청년 실업률로 좌절해 희망도 의욕도 없이 무기력해진 ‘사토리(득도·깨달음) 세대’가 등장했다. 유럽에서는 1000유로(원화 120만~150만원)로 한 달을 사는 ‘1000유로 세대’나 ‘이케아 세대’가 늘고 있다. 이름은 다르지만 세계 곳곳의 힘든 청춘들을 지칭하는 말들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 셈이다.

2014년에 만들어진 일본 영화 ‘우드잡’도 ‘힘든 청춘’을 그려낸다.

말 그대로 주인공인 ‘히라노 유키’의 산림연수원 성공기로, 일본다운 교훈적인 이야기를 담아냈다. 영화를 보면서 ‘아,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에서 유키는 대학시험에 낙방하고 여자 친구에게도 이별 통보를 받는다. 스무 살이 채 되기도 전에 인생의 첫 위기를 맞이한 유키는 재수를 하는 대신 '산림관리 연수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사회경험을 쌓기로 결심한다. 산촌에 들어가 봉사활동을 결심한 배경은 홍보 전단 표지의 여자모델이 예뻤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예쁜 여자는 커녕 예상보다 힘든 교육에다 너무 부지런한 상관으로 인해 피곤한 일상이 계속되는데.

휴대전화도 제대로 터지지 않는 산골마을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지루한 산세 속에서 역시나 끝없이 이어지는 고된 노동에 유키는 탈진하고 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나무꾼 생활에도 익숙해지면서 진정한 노동의 가치를 배우게 된다. 그리고 진정한 산 사나이로 거듭난다.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나무꾼들이 산을 대하는 태도였다. 마을에서 산에 어린 묘목을 심을 때였다. 도시에서 살다온 유키는 산촌 마을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이 나무가 자라서 벌목을 하려면 얼마나 걸리죠?”
“한 백년에서 이백년 정도 걸린다네.”
“아, 그러면 나무를 심어서 뭐해요? 100년, 200년이나 걸리면 돈도 못 버는데…”
“젊은이, 우리 조상님들이 심어놓은 나무 덕에 우리가 벌목을 해서 먹고 산다네. 그리고 우리가 심은 나무는 우리 후세들이 또 벌목을 하고그들도 나무를 심을 것이고, 그들의 자손, 아니 우리들의 자손들도 모두 나무를 심을 거라네.”

지금 같은 시대에는, 많은 청춘들이 자신의 일이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고뇌하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 유키도 묘목을 심을 때 그런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똑같이 묘목을 심는 일을 했다. 산촌 사람들의 조상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작업에 의해 유키이 산촌이 지금까지 생활할 수 있었다. 이렇게 보면 결국 세상에는 의미 없는 일은 없다.

모두 알다시피 청춘은 언젠가 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노래 ‘청춘’의 가사처럼 ‘지고 난 뒤에는 꽃잎이 피는’ 법이다. 그렇게 피운 꽃잎만으로도 청춘은 의미가 있다.

오늘날 많은 청춘들이 자신의 일의 의미를 찾았으면 좋겠다.

 

김경호 기자  soulful@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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