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제주대학교의 의무
국립제주대학교의 의무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8.08.29 18: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6월 제주도민들은 국립 제주대학교에서 발생한 교수의 갑질, 성희롱ㆍ폭언 등의 행위에 큰 충격을 입었다.

제주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 산업디자인학부 멀티미디어디자인 전공 학생들은 지난 6월 12일 “한 전공 교수로부터 상습적으로 폭언과 인격 모독, 외모 비하, 성희롱을 당했다. 사적인 일에 학생을 동원하고, 고가의 참고서를 강매했으며, 고액의 참가비를 내고 공모전에 나가야 했고, 학생이 받은 상금을 배분하라고 강요하는 등 지속적이고 상습적인 갑질을 했다”고 폭로하면서 학교 측에 공식적으로 해당 교수의 파면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제주대학교는 지난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교수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제주대가 밝힌 A교수에 대한 조사는 그동안 세 갈래로 진행됐다. 인권침해 의혹은 인권센터가 지난 6월 15일부터 이달 16일까지 두 달에 걸쳐 진행했고, 갑질 의혹에 대해서는 교무처가 맡아 지난 6월 28일부터 이달 24일까지 조사를 완료했다. 해당 조사는 A교수와 학생 대표 측에도 송부했다.

산학연구본부가 맡아 실시한 연구부정행위 의혹과 관련한 조사는 지난 6월 26일 시작해 이달 20일까지 본조사를 완료했다. 관련 규정에 따라 당사자들에게는 20일의 소명기회와 30일의 이의제기 신청기간이 부여된다.

학교 측은 3개 부서의 조사 결과를 병합 처리하기로 학생들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A교수에 대한 징계위원회는 연구윤리위 조사에 따른 소명과 이의제기 신청 이후인 10월 중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제주대의 이런 모습에 대해 ‘제 식구 감싸기’ ‘깜깜이 조사’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송석언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하면서“언론에서는 처리 결과에 대해 포인트를 갖고 알려줬으면 하는 바람일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지만, 아직 연구윤리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른 소명과 이의제기 등 모든 조사 절차가 완료되지는 않았다. 조사 내용도 조사위원회 외에는 전부 비밀로 하고 있기 때문에 내용에 대해서는 얘기할 수 없다”며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송 총장은 이날 2시간 동안 진행된 기자 회견 내내‘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조사 결과 내용을 공개하라’는 기자들의 요구가 빗발쳤지만 “언론인으로서 집요하게 캐묻는 걸 이해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학이 와르르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송 총장은“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교육정책이 많이 바뀌었다”며 “이 사건으로 새로운 교육정책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조사 결과를 통보받은 학생 측은 “조사 결과에 대해서 수긍하는 점도 있지만 징계가 솜방망이 처분에 그칠까 불안하다”라며 “학교 측으로부터 조사 결과를 외부에 알릴 경우 명예훼손 우려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라고 밝혔다.

학교 측이 조사 결과가 외부로 알려지는 것에 대해 원천 봉쇄를 한 셈이다.

이에 대해 대학 내ㆍ외부에서는 “학생에 대한 교수의 갑질을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조사 내용을 외부에 투명하게 알리고 상응하는 징계가 이뤄져야 하지만, 학교가 감추기에 급급한 모습이다”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제주대 연구윤리위원회 내부 규정에는 제보자와 피조사자의 명예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도록 관련 사항을 비밀로 해야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면서도 상당한 공개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 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공개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국립대 교수이면 공인이고 공인에 대해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알 권리’ 차원에서 공개되는 것이 사회의 통념이다. 학생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걸고 교수의 갑질을 사회를 향해 용기있게 밝혔다. 학생들이 제기한 문제를 의혹이라고 규정하고 조사를 했다면 그 의혹의 진실을 알리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