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학관’ 건립계획의 허와 실
‘제주문학관’ 건립계획의 허와 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8.26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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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중훈 시인·제주문화창의연구회장

민선7기 원희룡 도정의 공약 실천을 위한 도민화합공약실천위원회 문화예술소위원회회의가 있었다. 7개 공약 34개 과제 중 제주문학관 건립도 그 중 하나였다.

제주문학인들에게 제주문학관 건립은 꿈 이상의 목숨과도 같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간절한 소망은 지금껏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쩌면 그 이유는 이 문학관 건립 사업이 제주도정 관계관들에겐 그덧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인식을 불식시키고 우리의 간절함을 보여주기 위해서 제주문인협회에서는 2008년도에 한때나마 문학관 건립 성금 모금 운동까지 전개하기도 하였다. 그 행사장에서 모아진 성금만도 자그마치 2000만원에 이른다. 물론 100억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에 비하면 새 발의 피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간절함이 있었음을 어쩌랴.

결국 우리의 몸부림은 당시 김태환도지사의 마음까지 움직였다. 행사장을 방문한 김 지사는 연차적 지원을 약속하면서 다음 연도 예산에 3억원을 확보해 주었다. 그러나 반짝 타오르던 그 운동의 불씨는 거기까지였다.

당시 제주도정이 어렵사리 확보한 예산은 지금의 문학의 집을 마련하는 예산으로 집행하고 말았으며 연차적 지원 약속도 그로 인해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데 이제 비로소 그런 아픈 과정을 겪어온 우리의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려는 찰나에 와 있다. 그럼에도 이 문학관건립 계획 보고서를 접한 필자의 마음이 편치 않은 이유는 뭘까.

문학관 건립의 기본 원칙은 도서관이나 박물관 개념이 아니다. 문학관은 사유의 공간이면서 창작의 공간이어야 하며 산책과 담론의 공간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공간 개념은 행위와 연출의 공간 개념과도 일치시켜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문학관이 놓일 부지, 즉 위치와 면적이 그에 합당해야 한다는 전제가 요구된다.

상당한 실내 및 실외적 공간은 지역문화(제주정신)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며 창작적 구성요소인 사유와 담론의 장소가 되어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시민과 문학인이 함께 하는 공원 개념의 친환경적 요소도 함께 갖춰져야 한다. 아울러 문학은 정태적, 동태적으로 타 장르와도 공유할 수 있는 공간도 확보돼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제주도가 제시한 계획은 어떤가.

보고서에 제시된 예정 부지는 부민장례식장 서북쪽 약 500m 지점의 연북로 변이다. 개인 문학관도 아닌 제주도를 대표하는 문학관이라고 하기엔 위치나 규모 면에서 부족함이 크다. 1000평에도 못 미치는 부지면적과 700여 평에 불과한 건물면적은 그냥 도서관이나 박물관 수준이다. 접근성이 용이해서 이곳에 부지를 선정했다지만 산을 찾는 이는 산이 그곳에 있기 때문에 산을 찾듯이 제주문학의 정체성을 공유하고자 하는 이는 문학관이 어디에 있든 찾을 것이다. 그런데 예정된 이곳이 과연 제주도가 내세운 제주의 신화, 유배, 해양, 4·3 등 다양한 제주문학의 정체성을 찿고, 공유하고, 연출하고, 재현할 수 있는 시공간이 될 수 있을까.

보길도 섬 전체를 문학관과 연계시킨 윤선도문학관’, 인왕산 자락에 위치한 윤동주문학관’, 태백산과 순천만 그리고 벌교 등과 연계한 조정래문학관’, 매밀꽃길과 오솔길 등의 문학정원과 산책로가 있는 이효석문학관’, 노산 이은상의 고향 마산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노비산그린공원 내의 마산문학관등 이미 다른 지역은 이처럼 시공간을 함께하는 문학관이 그 지역 문화, 문학의 정체성을 살리고자 존재하고 있는데 우리 제주도정의 집행의지가 아직도 거기까지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무얼까.

한라산의 어느 한 쪽 자락이나 해안가 어느 마을, 혹은 섬 하나를 문학관이 있는 산, 혹은 마을, 혹은 섬으로 선택하고자 하는 혜안과 용기 있는 실천이 제주도정에 요구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심히 안타까운 일이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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