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뒤바뀌는 소년과 소녀의 기적의 이야기
꿈속에서 뒤바뀌는 소년과 소녀의 기적의 이야기
  • 이승현 기자
  • 승인 2018.08.23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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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톡] 너의 이름은
'빛의 마술사'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흥행작
소중한 사람을 잃은 트라우마 달래

그것은 꿈속 풍경처럼 그저 한없이 아름다운 광경이였다.”

소중한 사람들을 다시 만나고 싶은 아픔을 치유하고 자연재해를 겪은 일본과 안타까운 인재를 겪은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공감을 얻은 애니메이션이 있다. 바로 지난해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이다.

쳔년 만에 찾아오는 혜성의 접근을 한 달여 앞둔 일본, 다른 지역과 휴대폰 연결조차 힘든 산골마을에 사는 여자 고등학생 미츠하는 마을 이장에 재출마한 아버지의 선거 운동과 가업인 신사 풍습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도쿄에 사는 남자 고등학생이 되는 꿈을 꾸게 된다.

한편 도쿄에 사는 남자 고등학생 타키는 시골 여자아이가 되는 꿈을 꾼다. 부정기적으로 반복되는 꿈 속에서 미츠하와 타키는 자신들의 몸이 실제로 현실에서 뒤바뀌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한여름 밤의 꿈처럼 순간순간 끊기는 기억 속에서 두 사람은 몸이 바뀌었을 때의 일상을 서로 기록해 공유하고 한층 가까워진다.

결국 타키는 희미한 기억을 단서로 그녀를 만나러 가기로 결심하지만 그녀의 고향에서 본 진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이었다.

인간은 항상 무언가를 잃어가며 살아간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상업 애니메이션 데뷔작인 별의 목소리부터 초속 5cm, 언어의 정원 등 자신의 주요 작품을 통해 항상 무언가를 잃어가는 상실을 그려왔다. 작품 속 주인공들은 사랑, 우정, 가족 등 자신의 소중한 가치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잃어버린다. 상실을 겪은 주인공들은 그제 서야 멈춰선 자리에서 한걸음 앞으로 내 딛는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는 기존 작품과 달리 주인공들이 상실을 극복하고 소중한 인연을 스스로 되찾는 결말을 택한다.

2011, ‘너의 이름은작품 구상 당시 일본에는 쓰나미의 원흉인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 수많은 희생자들이 생겼다. 인간의 필연적인 상실을 모티브로 하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직접 찾아간 피해 현장에서 왜 인간은 무언가를 잃어가며 살아가는가라는 의문을 갖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지난해 한국 한 언론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동일본 대지진뿐만아니라 2014년 세월호 참사에 충격을 받고 단순한 상업영화의 재미 이상의 감정을 관객에 전하고자 모두 침착하게 대기하시고 지시를 기다려 주십시오라는 대사를 영화에 넣었다고 밝힌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너의 이름은에서는 초현실적인 힘을 빌려서라도 예정된 미래를 벗어나 소중한 사람과 새로운 미래를 같이 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달랬고 일본에서도 큰 화재를 모으며 180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370만 관객을 돌파하며 국내에 개봉한 일본애니메이션 중 최고 관객 수를 기록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빛의 마술사별명을 증명하듯 뛰어난 배경작화는 물론 깊은 여운을 주는 스토리, 그에게 부족하다고 지적됐던 대중성까지 만족시키며 이번 작품을 통해 수많은 유명 감독을 제치고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로 한층 더 앞서갔다. 앞으로 그가 보여줄 미래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이승현 기자  isuna@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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