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의 대가
불평등의 대가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8.1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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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제주지역사회교육협의회 부회장

자주 들리는 소셜네트워크에 석유매장량 세계1위국, 베네수엘라가 망한 이유라는 글이 올라왔다. 문재인 정부가 사회주의와 포퓰리즘적인 정치로 경제파탄에 이르게 된 베네수엘라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내용이다. ‘가짜뉴스. 베네수엘라 경제파탄의 진짜 원인은 포퓰리즘을 이용한 독재와 정치 부패, 여타의 산업기반과 자체 기술력도 없이 지나친 석유경제 의존에서 비롯된 것이다.

필자는 가짜뉴스를 올리신 분과 댓글로 맞장구를 치시는 분들이 우리 제주사회를 이끌어 가시는 소위 지도층 인사들이었다는 데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예전에 초등 은사님께서 좋은 글과 사진들을 보내주시겠다면서 한동안 가짜뉴스들을 보내주신 적이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소셜네트워크에 올리는 필자의 성향을 보시고는 설득해보려고 그런 류의 메일을 보내신 것이었다. 필자 또한 선생님의 생각을 바꿔보려 답장을 쓰기도 했지만 서로 상처만 남겠다 싶어 그만 두었다.

맨땅에서 경제기적을 이뤄낸 아버지 세대에게 무상복지나 좌파 색깔론은 여전히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그 분들은 우리가 선진국도 아니고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니 저임금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여긴다. 우리가 좀 더 인내하고 조냥정신을 발휘해야한다고 말하고 싶으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가 이룩한 경제 성장은 대다수 국민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그 과실의 대부분을 재벌 대기업에 몰아준 덕분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최근에 와서야 갑질문화로 비난받게 될 만큼 재벌기업들은 권력과 연계하여 사실상 절대적인 힘을 가져왔다.

대기업들은 자동차, 통신, 건설, 유통 등에서 사실상 독과점과 담합으로 경쟁을 피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그 하청을 받는 중소기업들에겐 생사를 건 납품단가 인하 경쟁을 벌이게 하였다. 노동유연성 확보를 이유로 상시적인 정리 해고 등으로 계약직으로 전환시키거나 일자리를 줄였으며, 피 말리는 경쟁을 벌이는 하청기업 종업원들의 급여 수준은 대기업의 4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게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소득 격차와 불평등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대표적인 불평등 지표는 지니계수로 우리나라는 2011년 기준 0.448OECD 국가 34개국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다. 지니계수는 클수록 불평등도가 높다는 의미다. 한국의 지니계수는 우리가 경제적으로는 닮지 말아야 할 국가, 그러나 가장 닮아가는 국가인 미국 또한 0.38로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OECD 국가 중 복지 비중이 가장 낮은 현실을 왜곡하며 복지 포퓰리즘으로 망한다는 협박에 동조해서는 안 된다. 재벌독식 구조로 대기업의 대형 마트와 편의점이 들어서면서 골목상권을 무너뜨리고 중소기업과 중소상인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한 것이 근본 원인이지 최저임금 인상이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의 경제 성장을 언제까지 저임금 노동자에게 의지해야 할까? 포퓰리쥼을 염려한다는 그 분들은 자신들의 억대 연봉에 비해 말단 근로자의 연봉이 자신들의 5분의 1에 불과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격차라는 것인가?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저서 불평등의 대가를 통해 심각한 소득 불평등은 생산성 감소, 효율성 감소, 성장 둔화, 사회 불안정 심화 등의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우리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인 이유도 소득 불평등의 심화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소수만 살아남는 사회, 계층 이동이 불가능한 사회다 보니 부모들에겐 잘 키워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하나만 낳아 키우기도 벅차다. 학부모들의 기준으론 좋은 대학을 많이 보내는 학교가 좋은 학교다. 신입생 유치 경쟁을 위해 대학 진학 실적 홍보는 물론 어느 고교는 해외여행까지 보내준다. 필자의 기준에서 보면 상위 10%만 챙기는 불평등한 나쁜 학교다. 불평등이 심화된 우리 사회에서 상위 10%에 집중하는 학교보다는 제주에 남을 아이들이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데에 집중하는 학교가 좋은 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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