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우리 독립운동사의 반쪽이다
‘여성’은 우리 독립운동사의 반쪽이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8.15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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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김구 선생, 안중근·이봉창 의사 등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을 기억한다. 그러나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독립운동가도 무수히 많다.

황성신문 주필을 지낸 역사학자 박은식 선생(1859 ~1925)에 따르면 한말 의병전쟁 과정에서의 사망자가 10만명 이상이고 3·1운동 당시 사망자도 7500명 정도라고 한다. 분명히 독립운동의 제단에 피를 바쳤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이름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우리에게는 이들 무명 순국선열의 희생을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다.

특히 우리가 기억해야 할 독립운동가 가운데는 여성의 몸으로 일제에 맞섰던 우리의 딸들, 누이들, 어머니들이 있다. 우리는 흔히 독립운동이 남성에 의해서만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지난해 815일 현재 독립유공자로 인정을 받은 독립운동가 14779명 가운데 여성은 363명으로 채 2.5%도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독립운동이 남성에 의해서만 이뤄졌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의 독립운동이 빠진 역사는 반쪽짜리 독립운동사일 수밖에 없다. 우리 여성들은 남성 못지않게 독립운동에 참여했다. 직접 독립운동의 일선에서 활동하면서 이름을 남긴 경우도 있고,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이름을 남기지 못한 채 독립운동에 기여한 경우도 있다. 숫자로 따지면 후자가 훨씬 더 많다.

제주지역의 경우도 3·1운동에 참여했던 최정숙·고수선 선생, 그리고 1932126일 해녀 500여 명을 이끌고 경찰주재소를 습격했던 해녀 부춘화(1908~1995)등 불과 몇 분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이는 우리가 여성 독립운동사를 애써 찾으려 하지 않은 탓이 크다. 일례로 1920~1945년 서대문형무소 수감자 중 수형기록카드가 남아 있는 여성은 181명인데 치안유지법 위반(99), 보안법 위반(48), 출판법 위반(1)148명으로 81.7%가 이른바 정치범또는 사상범이었다.

당시 치안유지법 위반 및 보안법 위반 등은 전부 항일독립운동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대다수가 정부로부터 독립운동 공훈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해서 이들의 공적을 가벼이 여길 수는 없다.

본지가 어제 소개한 강평국(姜平國·1900~1933) 선생의 경우도 신성여학교 1회 졸업생으로 3·1운동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여성 문맹퇴치와 여성교육 등으로 민족의식을 일깨웠던 제주 출신 선각자이다.

강 선생을 포함한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서훈이 더 폭 넓게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내년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출범 100주년에는 여성의 섬, 제주에서 그동안 가려졌던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세상에 빛을 보기를 기대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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