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손은 내가 잡고 내 손은 네가 잡고
네 손은 내가 잡고 내 손은 네가 잡고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8.13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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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주.제주서중학교 교사

이번 여름은 무더위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방학을 맞이해 육지 여행을 다녀왔다. 서울, 수원, 논산, 강진, 제주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 전주에서 뭉쳤다.

중학교 동창이 모이면 중학생 시절로, 대학 동창이 모이면 대학생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다. 대학 시절 MT에 가서 많이 했던 게임을 했다. 둥글게 앉아 오른손으로 친구의 왼손을 잡고, 왼손은 친구의 오른손을 잡았다. 오른손 올리면 모두가 손을 올려야 하고, 왼손을 올리면 모두가 손을 올려야 하듯 네 손은 내가 잡고 내손은 네가 잡고 우리는 옛 추억을 다지며 하나가 되었다.

전주에 사는 친구는 1년 전 남편이 농촌 살리기 운동의 활동가로 취임하면서 함께 전주로 이주하였다. 건강하고 행복한 닭을 키우면서 생명운동 달걀을 가정에 보급하고 있다. NON-GMO(인위적 변형 없는 순수 식품) 방식으로 닭을 키우는데 닭들이 자연 속에서 풀을 뜯어 먹으며 자유롭게 놀고 있는 모습을 보니 평화롭다. 아침에 닭들이 낳은 달걀 한 개를 날로 먹어보니 무척 고소하였다. 달걀은 완전식품으로 하루 2알씩만 먹으면 건강에 좋단다.

노인 일자리 창출로 어르신들이 와서 일손을 돕고 있었는데 주34시간씩 일하신다. 10명의 노인들이 협력하고 있는데 퇴직 교수가 3, 퇴직 목사가 3, 퇴직 교사가 2, 사업가, 기업이사 정년 퇴직한 어르신들이었다. 노인 실무자들은 보약보다 좋은 게 달걀이라며, 약 먹는 것보다 밥이 보약이라며 달걀과 함께 먹으라고 홍보하신다.

어르신들을 위해 친구는 간식을 만들었다. 깨진 달걀을 활용한 빵이다. 고소해서 수다를 떨면서 계속 먹어도 속이 편안하다. 좋은 달걀로 방부제 없이 만든 빵이라 맛도 일품이다. 하루가 지나니 빵이 부패한다. 시중에서 빵을 사면 일주일이 되어도 상하지 않을 때도 있다. 어르신들은 사모님이 간식을 잘 만들어 오신다며 칭찬일색이다. 사모님 친구라고 하니 사모님 자랑이 늘어진다. 우리는 친구의 칭찬에 함께 으쓱해진다.

친구는 살림꾼이다. 친구의 집에 들어가니 퀼트를 활용한 예쁜 인형이 우리를 반긴다. 커튼, 식탁보, 차받침, 벽화, 가방 등 친구 손길이 가득하다. 몸소 생명운동을 실천하는 분위기가 집안 가득하다. 집안은 황토방으로 꾸며 밖은 덥지만 안은 동굴에 있는 것처럼 시원한 느낌이다. 거실에 앉으니 베란다 밖으로 푸른 잔디가 보인다. 잔디 가운데 느티나무는 100살은 족히 되어 보인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 읽노라.” 노래가 저절로 나온다. 편안함과 자유가 이곳이 아닌가?

강진에서 온 친구는 무화과를 한 아름 들고 왔다. 지금이 무화과 계절이란다. 논산에서 온 친구는 남편이 아이스크림 회사에 다닌다며 한 박스를 가지고 왔다. 수원에서 온 친구는 대학 교수라 자신의 저서를 가져왔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친필 사인을 해서 주었다.

생태, , 교육. 30여 년 전 우리가 대학생활을 하면서 함께 고민하며 꿈꾸던 이야기들을 각자의 현장에서 열심히 실천하고 있다.

저녁 만찬으로 토종닭 한방백숙이 올라왔다. 친구 남편이 몸보신해야 한다며 귀한 토종닭에 다양한 재료를 넣어 만들었다. 각종 채소를 넣은 죽까지 너무나 맛있다. 저녁시간에는 친구의 좋은 달걀을 더 많은 소비자들이 먹을 수 있도록 서로의 지인들에게 소개하였다.

친구의 마당에는 고추, 오이, 가지, 호박, 허브, 찔레꽃 등 갖가지 채소와 꽃들이 만발하다. 식사 후 찔레꽃을 말려서 차로 만든 꽃차, 허브 차를 마시며 밤새 저마다 살아온 이야기를 나눈다. 여기가 낙원이 아닌가?

한밤을 지새우고 아침이 되어 각자 삶의 터전으로 가는 시간 아쉬워하며 헤어지기 전 느티나무 아래서 우리는 단체 사진을 찍었다. 친구는 각종 좋은 채소와 달걀을 포장해서 마치 친정 어머니가 딸에게 주듯이 나누어 준다. 바리바리 싸들고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페이스북에 친구들과 함께 한 사진을 올렸다. 친구, 동창, 후배들이 모두 부러워한다. 인생이란 친구들과 함께 손을 잡고 행복한 이야기를 나누는 길목이 아닌가?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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