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지사의 新‘꽃병론’
원 지사의 新‘꽃병론’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8.08.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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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가 공직 혁신의 계절이라고해서 공무원사회 혁신의 역사를 생각해 보니 이런 저런 일이 참 많다.

그 중 1992년 노태우 정권시절 서울특별시의 공직사회 혁신론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다.

당시 이상배 서울시장은 이른바 꽃병론을 제기했다. ‘어공(어쩌다 공무원)’늘공(늘 공무원)’이 하도 복지부동해서 이 시장이 공무원들의 혁신적인 사고 전환을 독려하기 위해 내놓은 주문이었다.

열심히 청소하다 보면 꽃병을 깨트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진취적인 자세로 적극적으로 일하다 판단 미스를 저질렀을 경우 그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 시장은 이때부터 꽃병을 들고다니며 공직사회 혁신론의 전도사가 됐다. 타 부처 출입기자들이 서울시로 가서 그의 말을 들어 볼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꽃병론도 효과는 별무로 끝났다.

공무원들의 주장은 이랬던 것 같다.

예산이 들어가는 일에 실수를 하면 혈세가 낭비되므로 꽃병을 깨트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규정을 무시하고 일하다보면 무리를 낳고, 언젠가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의욕만 앞세워 일을 할 수는 없다는 논리다. 속셈은 더 했을 지 모른다. 정권이 바뀌면 의욕적 사업이 뒤집어지기 마련이고, 그리고 문책을 받고 한직으로 쫓겨나는 일이 다반사여서 경험으로 익힌 몸사림이다.

공무원사회 개혁은 DJ정권 시절에 절정에 달했다.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 응대를 내걸고 경쟁력 있는 공무원이 되기를 촉구했다. ‘개방형 공무원제가 도입된 것은 이때다.

하지만 당초 계획대로 공직사회 개혁 주체세력으로 부각시켰던 개방형의 인재는 뜻대로 영입하지 못했다. 경쟁력 있는 공무원사회는 한낱 구호에 그쳤다. 개방형 공무원제도도 일련의 꽃병론인데 결국 실패로 끝난 셈이다.

지나간 공무원사회의 이야기를 새삼 꺼내는 것은 지금 제주특별자치도에 공직 개방론이 뜨겁기 때문이다.

제주 인재를 발굴·육성하고 공직사회에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공직 개방을 확대하겠다는 원희룡 지사의 말은 바로 개방형 공무원제꽃병론이다.

공무원들의 사고와 자세를 바꾸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지난 4년의 경험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사실 공직 개방론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역대 도지사 때마다 되풀이됐던 단골 메뉴다. 그러나 원 지사의 이번 공직 개방론은 그 성격이 종전의 것과는 좀 달라보인다.

과거에는 공직을 개방하겠다면서 선거공신의 자리나 보전해주는 수단으로 삼았는 데 이번에는 그게 아닌 모양이다.

미래전략국장 등 부이사관급 다수를 포함해 개방형 직위를 15개에서 36개로 대폭 늘렸다. 무엇보다 주목된 점은 개방형 직위의 성격이다. 36개 자리들이 제주도정의 역점사업 분야라는 점이다.

한마디로 원지사가 개방형 직위로 채용된 사람들로 민선 7기 제주특별자치도를 이끌어 나가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것은 공직 태풍을 예고한다.

그런데 문제는 공직사회의 태도가 알쏭달쏭하다는 데 있다. 원지사의 공직 개방론에 대해 이해를 못하는 건지 이해하려 들지 않는 건지 분명치 않지만 태풍을 앞둔 사람들 같지 않다.

도지사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 그리고 혁신적인 사고를 가진 새 사람들과 도 행정을 개선하고 싶어하는 데, 공무원들은 태풍이라고 하지만 뭐 별 것 있겠느냐는 표정이다.

민간전문가를 채용한다지만 공직 내부에서도 직위 공모제를 한다니까 그 나물에 그 밥이 될 거라는 생각일까.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민간 외부 전문가 수혈계획과 공직 내부에서 직위 공모를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

물론 외부와 내부가 다 함께하는 분위기 조성도 중요하다. 공직사회가 내·외부로 나누어지면 목적 달성은 힘들다.

원 지사의 신() ‘꽃병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번 공직 개방의 개념과 성격, 방법에 대해 도민들에게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고, 공직사회의 합의도 이끌어내야 한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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