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골동시장서 찾은 ‘간도의 기록’ 
일본 최대 골동시장서 찾은 ‘간도의 기록’ 
  • 제주일보
  • 승인 2018.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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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도임시파견대기념사진첩(間島臨時派遣隊記念寫眞帖)(1933)
‘간도임시파견대기념사진첩’(間島臨時派遣隊記念寫眞帖) 책함.
‘간도임시파견대기념사진첩’(間島臨時派遣隊記念寫眞帖) 책함.

지난주 3일부터 5일까지 일본에서 제일 큰 골동시장이 도쿄에서 열렸다. 골동잼보리(骨董ジャンボリー)라는 이름으로 전국에 있는 500여 골동상들이 도쿄국제전시장(일명 빅사이트)에 모여서 여름과 겨울, 1년에 두 차례 여는 일본 골동계의 제일 큰 행사 가운데 하나이다.

지난해 여름에는 교토에서 열리는 조금 작은 행사에 갔었는데, 올해는 날씨도 너무 덥고 주머니도 가벼운 관계로 마음을 비우고 있었다. 하지만 날짜가 점점 다가오자 예의 수집벽이 다시 도져서 가벼우면 가벼운 대로 비용을 더 줄이고, 좀 더 가성비가 좋은 자료라도 찾으면 되지 하는 배짱으로 덜컥 비행기 표를 예약했다.

첫날 아침부터 넓은 전시장을 가득 메운 끝없는 해묵은 옛것들의 향연 속을 물 만난 고기처럼 헤집고 다녔다. 그러다 적당한 가격에 맘에 드는 것들을 하나 둘 배낭에 챙기다가, 둘째 날 오후 늦게 한 군대 관련 자료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부스에 들렀다. 그곳에 전부터 소장하고 싶었던 자료가 있어서 반가웠지만 가격이 문제였다. 남은 돈으로는 많이 부족하고 게다가 내가 든 자료 뭉치에 눈길을 고정하고 주변을 맴도는 다른 사람까지 있었다. 처음 찾은 부스였지만 염치 불고하고 지갑에 남은 돈을 모두 꺼내 보여주고 부족한 액수는 내일 다시 와서 내겠다고 했다. 생전 처음 보는 외국인의 무리수에 당황한 주인장이었지만, 주머니 속 동전까지 꺼내드는 내 모습을 보고 사람 좋게 너털웃음을 웃었다. 내일 꼭 오라고더 좋은 자료가 있나 찾아보겠다고까지 했다.

다음 날 돈을 마련해서 한걸음에 달려가 보니 주인장이 집에서 찾아온 자료가 예사롭지 않았다. 1933년에 발간된 간도임시파견대기념사진첩(間島臨時派遣隊記念寫眞帖)’이었다.

간도임시파견대기념사진첩(間島臨時派遣隊記念寫眞帖) 내용.
간도임시파견대기념사진첩(間島臨時派遣隊記念寫眞帖) 내용.

이 책은 193243일부터 19337월까지 활동한 간도임시파견대의 활동 상황을 수록한 사진첩이다. 그 파견대는 간도의 치안을 확보하고 그곳에 거주하는 조선인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그 일대에 출몰하는 항일유격대를 진압하기 위해 출동한 부대였다.

사진첩의 기록에 따르면 그들이 간도에서 활동했던 13개월간 모두 347회의 토벌을 실시해서 3500여 명을 사살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의 기록 속엔 제일 중요한 사실이 하나 빠져있다.

그들이 간도에서 하던 임무를 관동군(關東軍)에게 넘기고 조선으로 철수하던 마지막 순간에 벌어진 게 바로 대전자령전투(大甸子嶺戰鬪)이기 때문이다. 그 전투는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봉오동전투나 청산리전투와 함께 항일독립전쟁 3대 대첩 가운데 하나이다.

선전에 유리한 유격대 토벌 상황이나 포로 귀순식, 대민활동 등은 모두 수록하고 정작 제일 중요한 마지막 패퇴 순간은 모두 빼놓았다. 그렇다고 당시의 간도지역 상황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다양한 사진들과 지도 등이 수록된 이 사진첩의 가치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이 사진첩과 함께 나온 일본 천황의 하사품인 담배지갑과 지도까지 모두 챙겨주면서, 일본의 부끄러운 역사지만 전에 이 책을 찾던 중국친구들보다 네가 더 필요할 거 같아서 준다는 주인장의 미소가 인상 깊은 하루였다. 오는 11월 그를 보러 다시 도쿄에 가야겠다.

‘간도임시파견대기념사진첩’(間島臨時派遣隊記念寫眞帖) 일본 천황 하사품 사진과 담배지갑(실물).
‘간도임시파견대기념사진첩’(間島臨時派遣隊記念寫眞帖) 일본 천황 하사품 사진과 담배지갑(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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