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신당 전속 심방인 ‘무의’, 제주의 첫 의사집단 추정
마을 신당 전속 심방인 ‘무의’, 제주의 첫 의사집단 추정
  • 제주일보
  • 승인 2018.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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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주의 첫 의사와 여의사(2)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제주의 민속문화재 제9-2호 새미하로산당의 신목, 제9-3호 와흘본향당의 물색, 제9-5호 월평다리쿳당의 신목과 물색.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제주의 민속문화재 제9-2호 새미하로산당의 신목, 제9-3호 와흘본향당의 물색, 제9-5호 월평다리쿳당의 신목과 물색.

지난번 제주의 첫 의사는 삼승할망으로 볼 수 있음에 대해 애기했다. 제주 지역의 첫 의사집단도 무의(巫醫)였다고 하겠다. 이는 제주의 무속신앙과 무속신화 가운데 나오는 일뤳당과 그 당신의 본풀이를 통해 엿볼 수 있다. 한편, 고대로부터 중국 의학은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을 가장 핵심적 기초이론으로 삼아 생성·발전해 왔다고 한다. 제주의 무속신화도 서천꽃밭의 존재 등을 통해서 음양오행설의 사유체계와 같은 인식이 내포되어 있음이 드러난다고 하겠다.

천지왕본풀이가 제주의 무속신화 가운데 제주의 창세신화에 해당한다. 이에 의하면, 천지가 한 덩어리로 뭉쳐 있다가 하늘과 땅으로 분리되는 천지개벽이 이루어지는 한편, 인간은 하늘의 신 천지왕과 땅의 신 총맹부인의 교합으로 나왔다. 천지왕은 우주질서 확립의 대업을 주도했으나, 최고 지배신으로 권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그는 여러 신들에게 치세업무를 분장한 뒤, 이들을 직능별로 자리잡게 했던 것이다. 이 가운데 치병신의 존재도 확인되거니와, 이들이 좌정했다고 하는 신당이 곧 일뤳당이다.

일뤳당은 서당으로도 일컫거니와, 용왕부인의 일곱 아기가 당신으로 좌정했다는 신의 내력담, 곧 본풀이도 전한다. 근래에도 일뤳당은 제주의 90여 곳 마을에서 조사됐다. 이들 일뤳당신은 신앙민의 어린 자식이 걸린 질병, 주로 피부병을 낫게 해주는 영험한 당신이라는 속신이 있어 왔다. 그래서 이름도 허물할망당이라 부르기도 한다. 일뤳당은 그 명칭이 매월 7자가 붙는 날(7, 17, 27)을 제일(祭日)로 삼았기에 붙여졌다고 보기도 한다.

한편, ‘매인심방은 각 신당에 전속되어 제의를 행했다. 그런 만큼, 일뤳당에도 각각 매인심방이 존재했을 것이다. 이들은 자신이 각각 전속된 신당에 다니는 단골이란 신앙민의 어린 자식이 걸린 질병을 낫게 하려는 각종 제의(祭儀)에 나섰다. 이로써 제주 지역의 첫 의사집단은 수많은 일뤳당 전속의 심방, 곧 무의(巫醫)였다고 하겠다.

중국사의 경우를 보더라도, 최초의 의사집단은 무의였다. 현재는 의사를 뜻하는 한자가 ’()이나, 그 이전에는 ’()였던 것이다. ‘3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위쪽의 왼쪽 화살 시란 무기를 감춘 작은상자 갑을 의미하거니와, 그 오른쪽 창자루 수는 병기의 일종을 뜻한다. 하부의 무당 무는 주술사(呪術師)를 가리킨다. ‘’()’, ‘’, ‘가 합해진 회의문자(會意文字)였거니와, 그 뜻은 주술사가 인체 내에 질병을 일으킨다고 믿는 나쁜 기운이나 악마를 내쫓기 위해 화살과 창 같은 무기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후 술 주로 변한 것은 이미 의료행위가 무의를 떠나 술, 혹은 졸이거나 달여 만든 진액을 쓰는 전업의사의 손에 돌아간 현실의 반영이라 한다. 그 시기는 BC 3세기 이후로 본다. 그 이전까지는 중국사 경우도 무의에게만 기대는 한편, 전업의사를 믿지 않은 세태가 민간에 팽배했음도 드러난다.

다시, 제주의 무속신화를 돌이켜 보면, ‘천지왕본풀이는 그 내용이 우주의 만물이나 모든 현상의 변화가 음양소장(陰陽消長)의 결과로 보는 음양론과 같은 사유체계도 엿보인다. 음양론은 모든 자연현상의 변화가 일어나는 기본규율로 보는 것이다. 또한 차사본풀이에서 인간에게 정해진 공평한 수명이 여자 칠십’, ‘남자 팔십이란 얘기도 여자에게는 양의 수, 남자에게는 음의 수를 배합하는 음양론의 사유체계와도 잇닿고 있다고 하겠다.

특히, 서천꽃밭의 존재는 음양론에 오행설이 더해 이루어진 음양오행설의 사유체계와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구성됐을 것이다. 오행은 목((((()의 다섯 원소를 말한다. 이들은 인간생활에 결코 없어서는 안 될 5종의 물질이기도 하다. 그래서 만물은 오행의 변전(變轉)의 따라 생성·변화·소멸한다고 봤다. , 오행설이 생성된 것이다. 또한 자연계의 각 분야와 인체의 각 부위는 오행과도 배합한다고 봤다. 이 가운데 서쪽은 오행의 금과 발전과정의 수() 및 시령(時令)의 추()와 배합한다. 서쪽꽃밭도 음양오행설의 서쪽과 동일한 속성을 지녔음이 확인된다.

서쪽꽃밭은 제주의 무속신화 가운데 이공본풀이’, ‘삼승할망본풀이’, ‘세경본풀이에서 나온다. 여기는 사람의 목숨을 죽이고 살릴 수 있는 환생꽃, 살오를꽃, 웃음꽃, 수레멸망악심꽃 등이 피어 있다. , 서쪽꽃밭은 삶과 죽음의 접경지대로서 이승도 저승도 아닌 곳을 뜻한다고 하겠다. 또한 꽃감관이 꽃밭을 지키고 있다. 이 가운데 사람들이 서쪽꽃밭을 드나들면서 꽃을 따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죽은 사람에게 먹여 다시 살리거나, 혹은 산 사람에게 먹여 죽이곤 했음도 드러난다.

이로써 서쪽꽃밭은 음양오행설의 사유체계와 같은 인식에서 생성된 것이며, 순환론적 생명관도 엿볼 수 있는 상징적 존재라 하겠다.

제주한의약사도 중국 의학처럼 고대사회 이전부터 시작했다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그 방증자료로서 지금껏 쭉 제주의 무속신앙·무속신화를 얘기했던 것이다.
 

• 감귤과육의 약리학적 효과와 포장ㆍ저장법(2)

‘감귤알맹이’ 항암·항염증 활성 물질 함유

감귤은 과피 외 과육도 역시 약으로 사용해 왔다. 사용방법과 약효는 어떠했을까? 이는 감귤알맹이의 약리학적 효과에 대한 역사적 논의를 살펴보면 드러난다고 하겠다.

6세기 일화자제가본초(日華子諸家本草)’에 과육은 입술이나 입안, , , 대장이 타는 듯이 몹시 마르는 증상을 그치게 하고, 식욕을 돋우며, 가슴과 횡격막에 열기가 쌓이고 막혀 생긴 답답한 증상도 없앤다(止消渴, 開胃, 除胸中膈氣)”고 했다. 8세기 본초습유에는 아주 단 것은 폐를 촉촉이 적신다(甜者潤肺)”라는 내용도 나온다. , 당도가 높으면 산 함량이 적기 때문에 당산비가 높아 맛이 좋고, 이는 약이 된다고 한 것이다. 이후 더 달게 하려고 11세기 쑤송(蘇頌)“11월에 채취한다(十月採)”고 했고, 12세기 귤록에도 설탕을 사용해 귤을 조려 약귤(藥橘)’ 만듦을 제시했음이 나온다. 18세기 의림찬요(醫林纂要)’의 경우는 과육이 답답함을 없애고 술을 깨게 한다(除煩 醒酒)”고 했다.

지금껏 과육의 약효에 대해 쭉 거론했으나 이들이 늘 그대로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18세기 본초구진(本草求眞)’을 보자면, “과육의 약효는 속열이 극성해 위가 차갑지 않는 경우에 나타남을 말한다. 만약 몸에 수분이 모자라며 소화력도 약하고, 기침가래가 나옴에도 날마다 맘껏 먹으면 어찌 가래가 생기고 나쁜 기운을 북돋는 폐해가 없다고 보증하겠는가? 다만 꿀로 졸여서 주전부리로 먹으면 좋다(此爲內熱亢極, 胃氣不寒者而言, 若使水虧脾弱, 發爲咳嗽而日用此恣啖, 保無生痰助氣之弊乎, 但用蜜煎作果佳)”고 했다. , 과육은 소화력이 약하거나 속이 차가울 때 많이 먹으면 가래가 생기거니와, 감기에 따른 기침·가래가 있을 때도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소갈증에 도움이 된다 해 당뇨병 환자에게 사용할 경우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과육도 긴요한 약으로 사용해 왔던지라 포장저장기술이 필요했다. 귤은 상하기 쉬움으로 포장을 잘해야 한다. 그래서 쿠션 역할을 할 수 있거니와, 열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찬 성질의 녹두나 대나무가 사용됐다. 녹두는 집안에 저장할 때, 대나무는 유통 시에 썼던 것이다.

귤록에도 부뚜막에 대껍질(댓잎, 잎 달린 채의 조릿대 또는 죽순의 겉껍질) 태운 재속에 약귤을 넣어두면 색이 곧 검어지나 오래 저장할 수 있다(藥橘, 入 之灰于鼎間, 色乃黑, 可以將遠)”고 했다. ‘탐라순력도수록의 화폭, ‘귤림풍악(橘林風樂)’을 보더라도, 대나무가 과원(果園) 주변에 방풍림으로 심어져 있다. 이는 귤을 포장·저장했던 재료와도 관련지을 수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하여튼, 감귤알맹이는 20세기 중약대사전에도 영양제로 사용하며 괴혈병을 치료한다(爲滋養劑 並治壞血病)”고 했다. 최근 여러 연구를 통해서는 항암·항염증 작용의 생리활성 물질도 많게 함유돼 있음이 밝혀졌다.

제주 비닐하우스 재배 온주밀감의 알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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