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생의 숲, 그 길을 걷다
장생의 숲, 그 길을 걷다
  • 제주일보
  • 승인 2018.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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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숙.서울가정법원 상담위원/숙명여대·가천대 외래교수

지난 3주간은 필자에게 힘든 일상이었다. 역시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제일 힘든가 보다. 그 마음을 치유 받고자 얼마 전 장생의 숲길을 혼자 터벅터벅 걸었다.

가족 구성원 사이에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인 가정폭력이 일어나면 행위를 한 사람과 피해를 받은 사람이 합의를 한다고 해도 폭력행위의 교정과 재발 방지를 위해 가정보호 재판이 열리게 된다. 이때 가족 구성원의 범주는 배우자(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던 자를 포함) 또는 배우자 관계에 있던 자 자기 또는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관계(사실상의 양친자 관계를 포함)에 있거나 있었던 자 계부모와 자의 관계 또는 친모와 계자녀의 관계에 있거나 있었던 자 동거하는 친족 관계에 있는 자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

부모의 폭력, 주사는 자녀가 그대로 배워 대물림하게 되고 상대방이 나를 무시한다고, 대화가 안 된다고 욱해 가족을 상대로 폭력을 휘두르는 폭력성향에 법원은 엄격히 대처하고 있다. 가정폭력은 불법이고 범죄이기 때문이다.

가정폭력은 사람을 밀거나 때리는 등 몸에 손대는 행위, 욕하는 행위, 물건을 던지거나 부수는 행위, 칼을 든 행위 등 사람을 불안하고 수치스럽게 만드는 모든 행동을 말한다.

이러한 일이 발생했을 경우 법원에서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6개월 이내 퇴거, 접근 금지 6개월 이내 전화통화, 문자 송신 금지 자녀에 대한 친권 행사 제한 40시간 가정폭력 교정 수강 명령 200시간 범위 내에서 사회봉사 명령 6개월간 보호관찰관의 수시 감독 법무보호복지공단에 감호 알코올 병원 등에 치료 위탁(강제 입원 등) 상담 위탁 등의 처분을 내린다.

필자는 각 법원에서 상담처분 명령을 받은 당사자들을 만나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상담 명령을 받은 대부분은 이런 일을 처음 겪는다. 그래서 사전 교육을 받음에도 행위자는 행위자대로 이런 처분이 피해자의 의사에 지나치게 좌우됐다고 여겨 섭섭한 마음이 크다. 피해자는 피해자대로 상대방과 바로 합의를 해 일을 마무리했는데 재판과 상담을 받게 되면서 서로의 사이가 더 악화된 것 같다며 화를 많이 낸다.

이러한 심리적인 상태를 보이고 있는 가족들과 상담을 진행할 때 특히 상담 초반에 상담자를 향해 쏟아내는 저항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그 상담 왜 받아야 하나?”하고 묻는 분께 차분히 안내해 겨우 상담 시간을 잡으면, 이제는 만약 상담 약속 잡아 놓고 못가면 어떻게 되나?”하고 되물으며 상담을 피하려 한다. 한두 번은 피치 못할 사정이라 여겨도 세 번 이상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법원에 다시 알릴 수밖에 없다고 하면 내담자는 협박하는 거냐?”라며 소리를 높인다.

삼십년이 다 돼가는 상담 경력에도 이런 전화를 한 번 받고 나면 온몸에 힘이 풀린다. 물론 상담을 받은 후에는 누군가에게 속 시원하게 이야기하면 듣는 사람이 열심히 내 말에 귀 기울여 들어주고 있구나 하는 마음에 이상하게 속에 있는 궂은 것들이 다 씻어져 내리는 듯 하다는 등 대부분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 이런 긍정적인 결과에서 보람을 찾으며 부부들과 함께 수차례, 수많은 시간을 가졌음에도 불만을 쏟아내는 당사자들의 강도 높은 목소리에는 필자도 사람인지라 힘이 빠진다.

가정폭력이 자주 발생하는 가족 안에는 긴장폭발후회긴장의 그래프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며 점점 상승폭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폭력은 일상이 돼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비록 큰 목소리의 저항 앞에 다소 움츠려 들기도 하지만 그 고리를 끊어주는 역할이 상담임을 필자는 잘 안다.

상담이 주는 그 힘을 알기에 필자는 그 마음의 믿음을 건강하게 다지기 위해, 제주의 숲길을 걷는다.

그토록 많은 세월 서로 다르지만 다름이 그대로 자라나 멋진 숲을 이룬 그 숲 안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고 찾는 이들을 그대로 품어주는 숲.

그 숲을 걸으며 소망한다. 숲을 닮고 싶다고.

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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