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의 단상
한라산의 단상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8.0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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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용 수필가

한라산으로 향하는 길, 담벼락 마다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능소화가 여름이 무르익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능소화가 활짝 피게 되면 들녘에 망제혼(望帝魂)이라 불리는 두견새가 찾아오기도 한다.

영실엔 더위를 피해 온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하늘을 찌를 듯 불쑥 솟은 수려한 나무숲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은 부드럽기 그지없다.

절묘한 기암계곡 사이로 옥 소리를 내며 흐르는 물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물은 얼마나 차가운지, 곶자왈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얼음과도 같다. 사람들은 이 시원하고 신선한 곳에서 여유를 찾는다.

나무사이로 불어대는 소슬바람이 소슬해서 좋고, 초록빛을 머금은 자연풍광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자연이 빚어내는 다양한 모습들은 경이롭다고 표현해야 옳을 것이다.

영실에서 윗세오름까지 거리는 3.7, 1시간 30분이면 올라갈 수 있다. 올라갈수록 한라산의 자연풍광은 참으로 신비하다.

사방에 펼쳐진 오밀조밀한 오름과 병풍과 같이 펼쳐진 기암절벽, 499개나 되는 인석(人石) 등 한라산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진정한 자연의 전시장이다. 식물만도 1,800여종에 이른다. 동물과 곤충들도 3,300여종이나 된다고 한다.

은하수를 끌어당길 수 있는 산, 계절마다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산, 한라산을 중심으로 제주시에는 50만여 명이 한라산을 등지고 살고, 서귀포시에는 20만여 명이 한라산을 업고 살아간다.

400여 개의 크고 작은 오름들은 제각기 소박한 이야기를 담고는 한라산을 받들고 응축된 자연의 본 모습으로 제주사람들과 굽이치며 살고 있다. 한라산은 지상에서 1950m 높이까지 뻗어 나온 대자연의 속살과 겉살 모두를 간직하고 있다.

이처럼 한라산은 태고(太古) 때부터 제주 사람들과 생사고락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한라산과 오름들을 가만히 보면 지형적으로 오밀조밀 사방에 펼쳐져 있음을 볼 수 있다. 압축적으로 혹은 변화무쌍하게 엉켜서 제주도 전체에 펼쳐진다.

어느 곳에서도 보기 어려운 자연의 모습, 스스로 자신의 질서를 찾아서 사계절 변모한다. 어느 생태계보다도 역동적이다. 천이과정을 통해 스스로가 생명의 관계를 촘촘히 그물처럼 형성하고 있다.

단순히 숲으로만 형성된 것 보다는 여러 모습의 숲과 습지가 혼재되어 있는 모습의 한라산, 단순한 형태를 뛰어넘어 변화무쌍함이 한라산을 찾는 사람들을 감탄하게 하는지도 모른다. 이래서 2007년도 72, 한반도에서는 처음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됨으로써 세계에서 인정받는 명산이 되었다.

한라산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 아니 세계인 모두가 아껴야 할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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