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찾는 마음의 여유
책에서 찾는 마음의 여유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8.02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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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추천하는 이달의 책] 당신의 마음을 정리해 드립니다

나는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한다. 구입한 물건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받은 편지나 작은 선물들, 추억의 물건들도 그렇다. 책상 서랍 속에 고이고이 간직하는 것도 아니면서 버리기 아까운 마음에 그대로 둔 물건들이 방 안을 가득 차지해 답답한 마음이 커졌을 때 발견한 책이 당신의 마음을 정리해 드립니다였다.

당신의 마음을 정리해 드립니다는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마음의 상처를 가진 4명의 사람들에게 정리 전문가 오바 도마리가 찾아가 조언을 해주는 상담 소설이다. 쓰레기방에 사는 젊은 직장인 여성,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딸에게 집안일을 떠맡기는 목어(木魚) 장인, 대저택에 홀로 살면서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자산가 노인, 아들을 잃고 집안일에 손을 놓아버린 주부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자기 자신 또는 주변의 이야기는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첫 번째 케이스 사지 않곤 살 수 없는 여자에 등장하는 인물은 32세 대기업 직장인 하루카이다. 그녀는 5년간 사귄 유부남과의 기약 없는 결혼을 기다리며 쓰레기로 뒤덮인 집에서 생활한다. 그녀가 무절제하게 쇼핑을 하고 방을 더럽히는 원인이 유부남 애인과의 미래가 보이지 않아서라고 판단한 도마리는 하루카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앞으로 몇 년을 더 기다릴 생각이에요? 인생을 다시 설계하는 게 훨씬 빨라요. 나라고 꼭 약삭빠르게 살라는 소리만 하는 건 아니에요. , 지금 상태로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요.”

정곡을 찌르는 도마리의 조언을 듣고 하루카는 좀 더 건실하게 살자. 생활 그 자체를 즐기자. 앞으로 그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말고 살자. 누구를 위해서도 아니고 나 자신을 위해서라는 다짐을 하게 된다.

진실을 직시하는 게 두려워서 정면을 바로 보지 못하고, 조금씩 포기하면서 살아온 하루카에게 도마리가 등을 밀어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당신의 마음을 정리해 드립니다는 이처럼 방을 정리하지 못하는 인간은 마음에 문제가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정리되지 않은 방은 집주인의 어지러운 속마음을 반영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이 도마리의 조언을 받으면서 스스로 방을 정리하는 행동은 곧 마음을 정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창문을 열고 바닥을 닦고, 불필요한 물건을 처분하는 등 책 속 인물들의 변화된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마음도 깨끗이 정리되어 후련함을 느끼게 된다.

어떤 대상에 대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치르면 그 비용 때문에 대상에 비합리적으로 집착하는 현상을 매몰비용의 오류라고 한다.

가격이 얼마였든 안 입는 옷은 끝까지 안 입어요. 보관해봤자 의미가 없죠.”

다음에 방문할 때까지 서랍 안을 정리해주세요. 오랫동안 열지 않았다는 것은 안에 있는 물건이 필요 없다는 뜻이니까 전부 버려도 될 거예요.”

이처럼 도마리가 의뢰인들에게 하는 조언을 읽다보면, 방 안에 가득 찬 물건들을 사는데 쏟은 매몰비용에 연연하느라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들을 소홀하게 여긴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작가는 책을 통해 주변의 물건들을 정리하고 나면 자기에게 정말 소중한 것만 남게 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자꾸만 더해지는 삶 속에서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많은 고민에 짓눌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고 느낄 때에 당신의 마음을 정리해 드립니다를 읽고 도마리 씨의 도움을 받아보길 권한다. 책을 읽은 후 물건을 정리하면서 삶에 여유를 찾고, 자신에게 정말 의미 있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기를 바란다.

<양윤정 서귀포학생문화원도서관 사서>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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