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난민’을 품어라
‘예멘 난민’을 품어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7.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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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후.작가/칼럼니스트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지 않았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지 않았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이지 않았다.’-마태오복음 2541-42

 

예수님도 박해자들의 칼을 피해 피난길을 떠나셨다. 이집트에 머물며 난민으로 인생을 시작하셨다.

일제강점기에 땅과 집을 뺏긴 수많은 우리 선조들이 연고도 없는 만주로, 연해주로 떠나야 했다. 일자리를 찾아서 또는 4·3의 재앙을 피해 일본으로 이주했다.

지금도 700만명에 이르는 우리 민족이 전 세계에 흩어져 타향살이하고 있다.

근대 한국 사람들의 상당수는 난민이었다. 만주를 향해 달리는 경의선 열차 안이나 상하이행 배 안에는 식민지배의 폭압을 피해 탈출하는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만약 중국이 일본 개입 명분을 준다며 상해임시정부를 폐쇄시키고 조선인들을 내쫓았다면 많은 독립운동가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독일작가 테오도어 폰타네(1818 ~1898)낯선 사람들이 제일 먼저 우리에게 고향이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준다고 하였다.

삶의 터전을 떠나온 사람들에 손을 내미는 것은 인류애라는 가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구상에 생존하는 인간으로서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것은 그 어느 것보다 인간다운 일이다.

제주로 찾아온 549명의 예멘 난민들에 대해 무슬림이기에 테러리스트잠재적인 성범죄자와 곧장 연결시키며 거부감을 나타낼 수 있다.

난민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자국민 안전을 얘기한다.

그렇지만 예멘 난민들의 손을 잡아주어야 한다. 외국인 범죄를 이유로 다문화를 반대하는 태도는 외국인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이다.

무슬림 중에 테러리스트가 있다는 이유로 모든 무슬림을 테러리스트라 단정하는 것이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문을 두드린 난민들은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아가야 한다. 일자리도 얻고, 세금도 내고,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학교에 보내며 한국 국민들과 똑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얘기다. 인류애가 숭고한 이유는 인종도, 지역도, 종교도, 사상도 초월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난민이 6000만명을 넘어섰다. 사람들은 흔히 우리도 난민이었다는 말을 한다. 전쟁과 분쟁이 있는 한 과거에 난민이었던 우리도 다시 난민이 될 수 있다. 우리 민족도 타국에서 난민의 고난과 설움을 짊어지며 살아왔다.

물론 문화적 차이나 종교적 차이로 인해 정착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스페인이 이탈리아·몰타가 거부한 난민선을 받아들였다. 스페인 사람들이 외친 구호는 관광객은 집으로 가야 하며, 난민은 환영한다였다.

관광객이 집세를 올리고 도시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반면, 난민은 지역 사회를 건설하고 도시에 공헌한다는 믿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난민문제는 자국의 보호를 받지 못하거나 보호 받기를 원하지 않고 외국으로 도피하는 사람들로 인해 생겨나는 문제이다.

난민협약Convention Relating to the Status of Refugees)은 국제사회에 널리 적용되고 있는 난민에 대한 다자 조약으로 19517월 제네바에서 채택되었다.

한국은 19921111일 국회의 비준을 받아 난민협약에 가입했다. 한국에도 접수된 난민 신청 건수가 1만건에 이르렀다. 앞으로 한국이 수용해야 할 난민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나그네를 대접하기를 소홀히 하지 마십시오. 어떤 이들은 나그네를 대접하다가,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에 천사들을 대접하였습니다.’-히브리서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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