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섬’으로서 예멘 난민을 품는
‘평화의 섬’으로서 예멘 난민을 품는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7.3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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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철 광운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논설위원

간혹 나라 밖 뉴스에서 난민들의 안타까운 장면을 물끄러미 쳐다본 적이 있을 것이다. 민족, 종교, 경제, 문화 등의 문제와 정치권력이 난마처럼 뒤엉키는 가운데 내전이 일어나고, 급기야 해당 지역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이해관계마저 맞물리면서, 내전은 종식되기는 커녕 이러저러한 이유들로 확전의 모양새를 띤다.

그러는 가운데 무고한 양민들은 전쟁의 위험에서 생목숨을 지키기 위해 고향을 떠나 전쟁 위협이 없는 다른 나라로 어쩔 수 없이 피난을 갈 수밖에 없는 난민의 신세로 하루아침에 전락하고 만다.

우리는 이러한 장면을 우리와 상관 없는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구상의 비참한 일들 중 하나로 너무 쉽게 생각하곤 한다.

그래서 노골적으로 얘기한다면, 한국사회는 난민과 관련한 일이 없음을 아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가 하면, 앞으로도 이 문제는 한국사회에서 좀처럼 부각되지 않을 지극히 예외적 문제로 간주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과연 그러한가. 제주를 찾아온 예멘 난민들이 최근 한국사회에 쟁점이 되고 있음을 직시할 때 난민과 연관된 문제는 한국사회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런데 이들 예멘 난민에 대해 우리는 어떠한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 한국사회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이들에 대해 몹시 부정적 입장을 갖고 있다. 게다가 이들이 제주를 찾은 것이 보태지면서 이들에 대한 시선은 한층 곱지 않은 게 현실이다.

여기에는 난민이 함의하고 있는, 전쟁과 죽음 등 온갖 공포스러운 이미지와 고향에서 삶의 기반을 뿌리뽑힌 채 낯선 곳을 배회하면서 억척스레 생존을 유지하는 그들 특유의 공동체 이미지 등이 어딘지 모르게 난민자체를 위험한 것 또는 혐오스러운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구태의연한 종교적 편견이 작동하다 보면, 가령 반이슬람주의까지 이러한 난민의 이미지를 한층 부정적인 것으로 만드는 데 작위적으로 동원되다 보면, 한국을 찾은 예멘 난민에게 평화는 또 다시 허락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그동안 힐링의 섬으로 세계적 휴양지로서 인식된 제주가 이와 같은 난민의 문제를, 난민의 입장에서 적극 해결하는 것보다 어떻게 해서든지 제주에서 이들을 축출하고 배제시키는 방향으로 해결하는 것은 힐링의 섬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것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것을 요구한다.

이와 관련하여, 어느 언론에서 소개된 내용은 예멘 난민에 대한 제주 사회의 성숙한 고민과 해결을 모색하도록 한다.

그것은 4·3의 화마를 피해 일본 열도로 밀항선을 타고 목숨을 건진 채 지금까지 재일조선인으로서 살아온 90대 노인의 담담한 인터뷰다. 물론 재일조선인의 삶과 역사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이 90대 노인의 인터뷰가 새로운 것은 결코 아니다.

특히 제주는 4·3항쟁 기간 동안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대참상을 겪는 가운데 수많은 사람들이 밀항선을 이용하여 일본 열도로 자신의 삶 전체를 피신해야 했다. 말 그대로 난민과 다를 바 없는 신세로 전락하였다. 일본에서 그들의 삶은 민족적, 계급적, 공간적, 문화적 차별을 감내하면서 재일(在日)의 삶을 억척스레 살아오지 않았는가. 그들의 삶을 향한 강한 의지와 욕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리고 여기에는 90대 노인이 또렷이 기억하고 있듯, “외국인 등록증을 받거나 추방 위기 속에서 도와준 이들이 인권변호사, 지식인들이었다면서 일본 내의 양심적 시민의 도움을 망각해서 안 된다.

재일조선인 90대 노인의 인터뷰는 제주가 4·3 당시 난민과 다를 바 없는 신세로 전락한 채 일본 열도로 밀항한 이후 재일의 삶을 살고 있는 제주의 생생한 역사를, 혹시 너무 쉽게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예멘 난민과 애써 결부시키지 않은 채 오직 제주인의 뼈아픈 과거의 유산으로만 기억하는 것은 아닌지하는 반성적 성찰의 물음을 던진다.

제주는 진지하게 실질적으로 예멘 난민의 과제를 적극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 핵심은 전 세계를 향해 타전하고 있는 평화의 섬으로서 제주가 담대히 당당해야 할 몫을 수행하는 것이다. 예멘 난민들은 새롭게 출범한 제주도정과 평화를 사랑하는 제주의 모든 시민들의 현명한 지혜와 실천을 절실히 기대한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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