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수록 돌아가라
급할수록 돌아가라
  • 현대성 기자
  • 승인 2018.07.29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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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할수록 돌아가라’,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 매어 못 쓴다’는 아무리 급한 일이어도 서두르지 말고, 정해진 순서대로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중국에서도 ‘욕속부달(欲速不達)’, ‘발묘조장(拔苗助長)’이라는 고사성어가 급하게 일을 진행하려다 도리어 망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하지만 자치경찰제 확대 시범운영이 진행되고 있는 제주는 이 같은 교훈을 망각한 것처럼 보인다.

제주지방경찰청과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이 지난 18일부터 일부 112신고를 자치경찰이 처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자치경찰제 2단계 확대 시범 운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자치경찰제 시행 모델 없이 시범 운영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자치경찰안이 확정되면 지금의 업무 분담이 변동될 가능성이 있고, 입법상의 이유로 제주의 자치경찰 확대 시범 운영 모델이 지난해 11월 경찰청에서 제시한 자치경찰 모델과도 거리가 있는 상황이다.

경찰청 개혁위원회는 자치경찰에 학교폭력, 가정폭력, 성폭력 범죄의 수사권을 부여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이같이 수사권을 조정하려면 별도의 입법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제주도와 경찰은 수사권이 없는 자치경찰이 국가경찰과 함께 성폭력,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 4종의 112신고를 공동 처리토록 하면서 수사권이 없는 자치경찰의 업무가 범죄 예방과 초동조치 등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자치경찰안이 마련되고, 수사권 조정이나 권한 이양을 위한 입법 절차가 진행된 후에 자치경찰제 시범운영을 진행했으면 안 되는 걸까. 

지난 20일, 시행 이틀 만에 ‘우려와 달리 자치경찰제가 순항하고 있다’는 제주지방경찰청의 보도자료에서 조급함이 읽힌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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