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속의 인간은 소우주(小宇宙)
신화 속의 인간은 소우주(小宇宙)
  • 제주일보
  • 승인 2018.07.26 19: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연심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논설위원

제주도는 토테미즘과 샤머니즘이라는 토착신앙이 근대사회까지 오랫동안 제주사회를 지배해 왔었다. 제주인들은 그만큼 척박한 땅에서 언제 바다귀신이 될지, 산을 헤매다 산 귀신이 될지 모르는 두려운 삶이였기에 믿음이 강했을지 모른다. 그 중에서도 유독 칠성신을 모시는 집이 많았고 뱀 신으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제주신화 차사 본풀이중 과양 땅에 사는 과양생이 아들 삼형제를 한날 한 시에 죽은 소지(所志)를 결처(決處) 하고자 염라대왕을 청하고 과양생 부부가 직접 아들 삼형제를 묻은 앞밭을 파보자 칠성판(七星板)만 있었다는 줄거리가 나온다. 초기 인류들은 북두칠성을 천계의 중앙에 위치해 있고, 생명을 관장하며, 사람이 죽으면 그 혼이 북두칠성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해 시신을 매장할 때 칠성판 위에 눕혔다.

죽은 영혼이 북두칠성으로 되돌아간다는 고대의 신화가 오늘날까지 관례처럼 이어지고 있으며 북두칠성이 그려진 고인돌 돌 판이 충북 청원군에서 출토되기도 했다. 샤머니즘을 계승한 도교에서는 최고신 옥황상제의 궁궐이 북두칠성에 있다고 상상하기도 했다.

북두칠성 숭배사상이 무속에서 활용되어졌다는 내용은 고려 문신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노무편에서 엿볼 수 있다. ‘단청으로 온 벽에다 신의 얼굴을 그려놓고 북두칠성과 아홉별로 표시해 걸었다지만 성관(星官)은 본래 먼 하늘에 있건만 어찌 편안히 너를 좇아 네 벽에 붙어 있겠는가무당의 의례를 비판한 시지만 13세기의 무당들은 무신의 형상에 북두칠성을 그렸음을 알수 있다. 제주 내왓당 무신도 역시 이규보가 묘사한 신의 표현과 유사하게 얼굴에 빨간 점 6개와 입을 빨갛게 표현해 일곱 점을 표시하였다. 칠성신을 표현한 것이다. 왜 얼굴에 7개의 점을 표현했을까? 인도의 리그베다(Rigveda) 성전에서 북두칠성과 관련된 내용을 접할 수 있다.

리그베다는 브라만교 및 힌두교의 정전(正典)의 하나로 인도의 가장 오래된 문헌이며 인도 문화의 근원을 이룬다. 인도 리그베다 신화에서 리쉬는 신성한 지식을 가진 자이며, 신의 경지에 든 자를 일컫는다.

베다전통에서 저명한 리쉬들을 일컬어 칠성현(七星賢) 가문이라고 했다. 칠성현 가문에는 두 귀를 가리키는 고우뗌과 바르드와즈 가문이 있으며, 두 눈을 가리키는 비슈바미뜨라와 자마다그니, 두 콧구멍을 가리키는 비시슈타와 까쉬야빠, 혀로 음식을 받아먹으니 입의 혀는 아뜨리이고 이()는 아띠라는 이름의 의미라는 예문이 있다. 이는 각각의 두 눈, 두 귀, 두 개의 콧구멍과 입이 칠성 즉 북두칠성과 관계됨을 제시하고 있다.

제주 내왓당의 모든 무신도 얼굴에 표현된 6개의 점들은 귀, 콧구멍과 눈에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귀 위쪽으로 표현된 것으로 보이며 입 역시 빨간 색으로 표현돼 일곱 개의 구멍이다.

내부와 외부가 연결되고 생명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부분을 빨간 점으로 표현한 것이다. 무속에서 빨간색이 생()을 상징한다는 것과도 일치한다. 이런 일곱 개의 점을 통해 천계에서 온 북두칠성 신을 표현했던 것이다.

초기인류들이 자기 주변의 일들을 우주와 빗대어 표현하는 신화의 법칙과도 어긋나지 않는다. 무신도의 빨간 점이 장난스럽고 미흡한 표현으로 보였지만 아무렇게나 만든 창조물이 아니라 아주 중요한 칠성신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북두칠성에서 온 생명체로 소우주였던 것이다.

이렇듯 신화 이야기는 기술로 보여주는 리얼리티나 스펙타클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인간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라는 철학과 인간을 대하는 진정성과 순수함이 느껴진다. 이런 제주에 남겨진 신화 이야기를 이제는 ICT에서 느낄 수 없는 감성으로 새로운 소통의 문화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