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의 신비-(4)장(腸)이 면역의 열쇠다
인체의 신비-(4)장(腸)이 면역의 열쇠다
  • 제주일보
  • 승인 2018.07.25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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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훈 제주대 명예교수·논설위원

장은 대변을 만드는 일을 하는 장기(臟器)’라고만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까요?

보통 배탈이 났을 경우에만 장을 의식하는데, 실은 세계의 연구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이 장이다.

먹은 음식물을 소화 흡수하는 장()전신의 면역을 관장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일반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장내세균이 장에 많이 모여있는 면역세포와 불가사의한 대화를 하면서 우리들의 몸을 여러 가지 병으로부터 지키내는 면역력을 콘트롤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투수로 활약중인 일본 출신 타나카 선수는 프로생활을 10년째 하고 있는 동안 감기나 식중독으로 시합에 빠진 적이 한번도 없었다고 한다. 이른 바 철벽과 같은 면역력의 소유자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강인한 육체를 지탱할 수 있는 것은 장의 움직임과 관계가 깊다고 한다.

장은 음식물뿐만 아니라 음식물과 함께 병원균이나 바이러스가 항상 침입할 위험성이 있는 장소이다. 체내에서 가장 바깥 환경(외계·外界)과 밀접하게 접촉하는 장기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장에는 병원균이나 바이러스 등의 외적을 격퇴시키는 면역세포가 많이 모여있다. 그 수를 말하면 무려 몸속 면역세포의 약 70%이다.

이렇게 많은 면역세포가 영양분이나 수분을 흡수하는 장벽의 바로 안쪽에 모여 있어 외적의 침입에 대비하는 것이다.

이런 작용만이 있는 것이 아니고, 장속에는 온 몸에서 모여진 면역세포의 전투능력을 증강하기 위해 특별한 훈련장까지 준비돼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이것은 파이어판(Peier`spatch)이라고 불리우며, 소장벽의 일부로 존재하는 편평한 부분이다. 이 파이어판의 표면에는 장속을 떠돌아다니는 여러가지 세균이나 바이러스, 음식물 찌꺼기등 이물질을 장벽의 내부에 끌어들이기 위한 입구가 마련돼 있다. 끌어들인 이물질을 파이어판 안쪽에 모여있는 많은 면역세포들에게 접촉시켜, 인체에 유해하고 공격해야할 적의 특징을 학습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장에서 훈련을 받은 면역세포들은 장을 견고하게 지킬 뿐만이 아니라 혈액을 통해 전신에 운반돼 몸 여러 곳에서 병원균이나 바이러스등 적을 발견하면 공격하는 전사가 된다.

한편 장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생각되는 인플루엔자나 폐렴 등에 대한 면역력의 증강도 장에서의 면역세포 훈련과 밀접하게 관계되는 것 같다고 최근 연구는 밝히고 있다. 이런 사실들로부터 미루어 보면 장은 틀림없이 온 몸의 면역본부이며, 앞서 얘기한 타나카 선수의 철벽과 같은 면역력도 지금까지 몰랐던 장의 역할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자기 몸을 잘 지키겠끔 훈련되어 있어야 할 면역세포가 일탈(逸脫)’해 본래 공격할 필요가 없는 것까지 공격해버리는 이상현상이 현대인들사이에 늘어나고 있다. 이런 것이 여러 가지 알레르기가 되고, 면역세포가 자기의 세포를 공격해버리는 이른바 자기면역질환이라고 불리는 병이다. 최신 연구에 의하면 이러한 면역의 일탈이 불러오는 병을 가진 환자에게 장내세균의 이상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최근 영국에 사는 22세 여성 운동 선수가 4년전 돌연히 생명에 관계된 심한 알레르기가 일어나 심각한 쇼크를 일으켜서 몇 번이고 생사의 경계를 넘나 들었다. 이 여성의 대변을 검사해보니 어떤 특정한 종류의 장내세균이 정상적인 사람에 비해 적었었다고 한다.

한편 최근, 일본에서 급증하는 다발성 경화증이란 병이 있다. 면역세포가 일탈해서 뇌세포를 공격해 버리는 질병으로 손발이 저리고, 심해지면 걷기도 곤란해지고, 실명할 우려도 있다. 이 환자의 대변을 조사해보니 역시 어떤 특정한 종류의 장내세균이 적었었다고 한다.

사람의 장내에 있는 장내세균는 약 1000종류, 100조개 이상이라고도 한다. 이 가운데 위에서 얘기한 알레르기, 다발성 경화증 두 개의 질환에 공통하면서 그 수가 감소한 장내세균이 있다. 이것이 클로스트로디움(Clostrodium)’이라는 이름을 가진 것인데, 지금 세계 연구자가 크게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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