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의 군자삼락(君子三樂)에 빗대어 농자삼락(農者三樂)이라는 말이 유행이라고 한다. ‘정년 없는 평생 직장의 즐거움’, ‘미래산업에 도전하는 즐거움’ 그리고 ‘농업 CEO로 갑의 인생을 사는 즐거움’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인지 농촌에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농업 전문가들은 고령농(高齡農) 은퇴로 생기는 빈자리를 채우고, 도시민의 힐링 공간으로 농촌을 가꾸고 보전하기 위해서는 지금이야말로 농업·농촌으로 갈 적기라고 한다.
과거에는 농사가 ‘힘만 들고 소득이 적다’고 했으나 지금은 누구나 노력만 하면 고소득을 올릴 수 있게 된 점도 매력이다.
정부와 제주도도 ‘귀농어·귀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귀농을 희망하는 도시민이 제주 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지원자금은 ▲농업 창업 ▲주택구입·신축 등 크게 두 가지다. 이 자금으로 농지를 구입하거나 농업 활동에 필요한 시설 및 도구 구입, 개보수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자금은 세대당 최대 3억원, 주택구입·신축 자금은 세대당 최대 7500만원까지다. 농협을 통해 연리 2%로 5년 거치 10년 분할 상환을 조건으로 융자된다.
지난해에는 72가구 제주 농가에 농업창업 127억6900만원, 주택구입 6억3000만원이 지원됐다. 올 들어서는 27가구 농가에 농업창업 44억8300만원, 주택구입 3억원 등을 지원했다.
문제는 이렇게 특혜 대출을 받아놓고는 목적 외 용도로 사용하거나 귀농을 포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연히 대출금 회수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총 13건, 8억1600만원(농업창업 6억2600만원, 주택구입 1억9000만원)이 회수 조치됐고 올해에는 총 16건에 20억7800만원(농업창업 19억2000만원, 주택구입 1억5800만원)이 회수 조치됐다고 한다.
대출자 중 30%가량이 회수 조치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귀농 귀촌 지원금이 ‘눈먼 돈’이란 비판은 벌써부터 제기돼 왔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이 문제를 전수 조사하는 한편 해수부와 산림청 주관으로 귀어·귀산촌 지원사업까지 확대해 재점검한 것은 그런 때문이다.
점검 결과 ‘자격 결격자 부당대출’이 가장 많았고, 사업장 이탈 등 관리소홀이 그 뒤를 이었다고 한다.
농사를 지을 생각이 없이 전원 생활만 꿈꾸는 이가 많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기존 사업자 선정방식을 선착순 접수자 선정에서 심사위원회 심사·선정 방식으로 바꿔 사전 점검을 강화한다고 한다.
귀농·귀촌은 반드시 정책적으로 장려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드러난 부작용은 정황만으로도 심각하다. 귀농 지원정책을 악용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엄격한 검증시스템을 갖춰야 마땅하다.
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