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 ‘자치분권 시즌2’의 출발점
제주특별자치도, ‘자치분권 시즌2’의 출발점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7.2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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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분권실장

올해 1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지성과 석학들이 제주에 집결하였다. ‘대한민국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비전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38개의 학회와 수백 명의 국내외 전문가들이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라는 거대담론을 사회, 문화, 농업농촌, 국토,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풀어내며 대한민국의 미래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행정안전부가 후원하고 자치분권위원회, 균형발전위원회가 공동개최하는 사상 초유의 비전회의가 제주에서 열렸다는 것은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제주는 자치분권 모델을 법적으로 정립하고 분권을 실행해 온 전진기지이기 때문이다.

 

제주자치도는 2006년 이후 중앙정부로부터 4,537건의 권한을 이양 받아 행정, 관광·교육, 치안 등 여러 분야에서 타 시도에 비해 높은 자치권을 향유하고 있다. 그 결과 제주는 외형적으로 큰 진전을 이루어냈다. 200685천억원이던 지역내총생산이 2015153000억원으로 증가하여 약 80%의 성장률을 기록하였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지방세수는 연평균 17.9% 증가(전국평균 7.9%)하여 총 세수규모가 1조원(2015)을 넘어섰고, 인구 60만과 관광객 수 1,4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정주인구와 관광체류인구가 모두 증가하는 추세이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에 밝은 면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제주만의 고유산업창출, 일자리 만들기 등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고, 교통·쓰레기 등 주민의 생활과 밀접한 문제가 매끄럽게 해결되지 못하는 아쉬운 점도 있었다. 또 광범위한 지역개발이 계속되면서 부동산 투기, 환경 파괴 문제 등도 크게 대두되었다.

 

이제 그간의 성과와 한계를 바탕으로 애초에 목표했던 분권의 청사진을 현실로 담아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것이다. 행안부는 대통령 공약사항이기도 한 특별자치도 분권모델 완성자치분권 로드맵의 추진과제로 반영했고, 앞으로 주민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대한 대폭적인 사무이양과 재정분권을 추진할 계획이다. 자치분권위원회가 조만간 발표할 자치분권종합계획에도 제주 분권 확대 관련 과제가 구체적으로 반영될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만으로 분권정책이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층 더 성숙한 분권모델을 소화함으로써 도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제주도의 노력도 필요하다. 앞으로 제주도가 도민의 기대에 걸 맞는 혁신을 이루어내기 위해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세 가지다.

 

첫째, 도민 참여의 확대이다. 도민들이 자치분권을 통해 삶이 더 나아진다고 느낄 수 있으려면 참여에 의해 정책이 만들어지고 변화하는 경험을 누구나 할 수 있어야 한다. 주민자치위원회를 통한 읍면동 자치활동 확대, 주민참여예산제 활성화 등 참여민주주의에 입각한 거버넌스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민들이 다양한 통로를 통해 중앙으로부터 이양받은 권한을 스스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하여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둘째, 지방정부의 역량 강화이다. 정부의 자치분권 정책 추진에 따라 제주도의 권한이 커진다고 하더라도 구체적 목표와 로드맵, 인적자원, 핵심정책 추진방안 등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주민이 체감할 만한 성과를 내놓지 못할 수도 있다. 제주도가 특별자치도가 된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도민들이 분권의 효능감을 잘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제주자치도는 자치분권시대를 맞아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차별화된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입법재정행정 등 분야별 혁신 방안을 확실히 그려 놓아야 한다.

 

셋째, 개발과 보존의 조화다. 그간 제주에선 개발지향적 정책이 계속되면서 부동산 투기, 환경파괴 문제 등이 크게 불거졌다. 청정환경이라는 지역자원을 소모하는 방식이 계속된다면 시민단체의 반발과 도민들의 불신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각계각층의 도민 참여로 만들어진 ‘2016년 제주미래비전이 핵심가치로 청정공존을 설정한 것은 지금까지의 정책에 대한 자성적 움직임일 것이다. 따라서 제주특별자치도는 향후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각종 사업 추진에 있어 개발과 환경 사이의 균형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난 검경수사권 조정 합의문 서명식에서 밝힌 대로 그간 시행해온 것보다 진일보한 방식의 자치경찰제를 제주에서 시범실시할 예정이다. 이처럼 제주는 앞으로도 다양한 분권정책의 시험대로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제주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분권정책을 가다듬고 추진할 것이다. 지난 6월 개헌의 좌초로 자치분권 정책 추진에 차질이 생긴 것이 사실이지만 행정안전부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획기적인 자치분권을 향한 길을 다시 찾아 나서고자 한다. 그 길의 출발점은 제주특별자치도가 될 것이다. 제주 분권모델의 완성이 곧 대한민국 자치분권 시즌2’의 성공에 불을 붙일 도화선이라는 사실을 민선 7기 제주 지역대표와 도민 여러분들이 꼭 명심해 주셨으면 한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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