暴炎, 또 하나의 숙제
暴炎, 또 하나의 숙제
  • 제주일보
  • 승인 2018.07.2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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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3)은 더위가 가장 심해 염소 뿔도 녹는다는 대서(大暑).

무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가여워서일까. 어제 제주 일부 지역엔 비가 조금 내리고 찜통 더위가 다소 주춤해진 모습이다. 그러나 9월까지 계속될 폭염(暴炎)의 기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이다. 요즘 만나는 지인마다 살다 살다 이런 더위는 처음이라며 혀를 내두른다. 물론 이런 류의 표현은 다른 지역의 폭염 기록을 들여다보면 엄살이라고 생각되기 십상이다.

지난 토요일(21) 경북 영천(신령)은 자동기상관측장비(AWS) 측정으로 기온이 39.3도에 달해 40도에 육박했다. 제주지역은 33도 수준이었다. 그렇다고 제주도민들이 느끼는 폭염은 절대 엄살이 아니다.

목욕탕의 사우나실에 앉아있다 보면 온도계가 이상해 보인다.

사우나 내의 온도계가 섭씨 100~110도를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100도라면 물이 끓기 시작하는 온도 아닌가. 그런데 사우나실 내부의 온도가 100도를 넘다니, 게다가 이렇게 100도를 넘는데도 사람이 견딜 수 있다는 게 과연 정상인가라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혹시 온도계가 고장난 것 아냐?

물론 고장난 것은 아니다. 답은 간단하다. 물과 공기의 열전도율 차이 때문이라고 한다. 즉 공기가 물보다 훨씬 전도율이 떨어져 같은 100도라도 100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습식 사우나의 온도계가 40~50도라도 건식 사우나의 100도와 비슷한 체감온도를 나타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제주지방 기온이 33도를 가리켰다는 건 결코 장난이 아니다. 다른 지방에 비해 제주도는 습도가 더 높은 탓이다.

폭염이 제주지역 시장의 표정을 바꾸고 있다.

마케팅업계에선 폭염을 양날의 검으로 부른다. 폭염으로 특수를 누리는 곳이 있는 반면 매출 감소에 허덕이는 분야도 있기 때문이다.

대형 마트와 커피 전문점 등은 매출이 고공 행진하며 웃는데 반해 재래시장과 고깃집 등은 울상이다. 특히 올해는 한여름 무더위가 앞당겨지면서 폭염 특수가 일찌감치 나타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여름은 5월부터 10월까지 사실 상 6개월이 된 마당이다.

과거 여름 한 철에 파리를 날리던 업종들이 이제 반년(半年)을 파리 날리게 됐다고 한다.

제주시 동문시장·서문시장 등은 오가는 행인이 크게 줄었다. 특히 보성시장 순대집들과 도심의 연탄구이 갈비집들은 폭염에 직격탄을 맞았다.

유명한 연탄갈비구이집 주인은 날 더운데 누가 연탄불 가까이 앉으려 하겠나. 여름철 대체 메뉴라도 개발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아웃도어 레저 부분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른 바 방콕족이 늘어나 매출 하락 등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다.

폭염은 서민들에게 정말 달갑지 않다. 폭염 문제가 심각한 건 그 고통이 저소득층에 집중돼 양극화 간극을 더 키우는 때문이다.

폭염발 고()물가는 서민 경제를 울린다. 최근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 등이 계속 오르며 장바구니 물가를 흔들고 있다. ‘폭염 앞에 만인은 불평등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태풍·호우 등과 달리 폭염에 대한 위험 인식은 크지 않은 편이다. 태풍이나 호우는 방파제가 무너지고, 하우스가 부서지고, 농작물이 휩쓸리는 등의 시각적 효과가 크다.

반면 폭염은 사람이나 동·식물만 맥없이 쓰러질 뿐 파괴적장면은 보이지 않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세계 각국은 폭염을 최악의 기상재해로 꼽는다.

경제·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보는 것이다. 솔로몬 샹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교수팀은 세계 기온이 0.55도 오를 때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0.7%씩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더구나 폭염이 지속되면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아 노동생산성도 떨어진다.

저성장·양극화 극복이 최우선 경제과제인 우리 제주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가 또 하나 생겼다.

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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