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농업인 대책 마련해야
최저임금 인상, 농업인 대책 마련해야
  • 제주일보
  • 승인 2018.07.2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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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으로 고통받는 층은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만이 아니다. 오히려 농어업에 그 여파가 더 강하게 미치고 있다니 걱정스럽다. 인건비 비중이 높고 저임금 노동력에 의존하는 농어업 특성을 볼 때, 인건비 상승은 곧 바로 폐업, 폐작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농업경영인제주도연합회가 성명을 내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농업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이런 위기의식 때문이다.

농업경영인연합회는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농업임금이 13% 상승하고, 농가 소득은 8.7%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농가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령화 등으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제주농업은 지난해 기준으로 농가부채가 1인당 6523만원으로 전국 평균 대비 2배가 넘어선 상황이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등이 나서 농업인이 고용한 내·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임금 지원책 등을 마련해 달라는 이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사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외국인 노동자를 많이 쓰는 과수와 축산, 양식과 연근해어업 등의 업종에 쓰나미와 같은 충격파로 다가왔다. 지난해 월 145만원이면 가능했던 외국인 노동자 임금이 올해 169만원으로 올랐고, 내년에는 월 187만원으로 오른다.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월급만 주는 것이 아니라 숙식까지 제공해야 해 그 부담이 훨씬 크다. 농어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 대부분이 고용주에게 숙식을 제공받고 있는데, 40~50만원의 숙식비는 최저임금에 포함돼 있지 않다.

싼 농산물값으로 인해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는 농가가 많은 상황에서 외국인 노동자나 날품팔이 노동자까지 쓸 수 없다면 농사를 접는 방법밖에 없다.

몇 년 새 외국인 노동자 등에게 주는 돈이 1년에 500만원 이상 늘면 농장주가 직접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다. 2017년 통계청 조사에서 농가 인구의 평균 연령이 67.0, 어가 63.7세로 나타났으니 직접 농사를 짓거나 어업활동에 나서기 어려운 곳이 상당수다. 자동화설비가 많이 늘었다지만, 농어업은 여전히 사람 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업종이다.

이런 식으로 최저임금을 마냥 올리다 보면 우리 농어업의 한 축이 와르르 무너질까 걱정이다.

또 최저임금 인상이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한편 생산원가 상승 부담이 소비자에게 넘어가면서 농산물 물가 앙등을 가져올까 두렵다.

우리 농어업의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면 업종별, 지역별, 내외국인별로 최저 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실정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우리 농어업인들을 살릴 수 있다.

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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