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그리고 4번째 정부
강정마을, 그리고 4번째 정부
  • 변경혜 기자
  • 승인 2018.07.2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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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은 아직도 아프다”
지난 17일 강정마을주민들이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 던진 말이다. 이른 아침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온 이들의 일정은 2개. 해군이 추진하는 국제관함식 제주개최 반대와 양승태 대법원 시절, ‘사법거래 의혹’의 구체적 사례로 지목된 제주해군기지추진과정의 재판에 대한 고발이었다.

시작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참여정부에서 주민들의 의사와 거꾸로 해군기지를 추진하면서부터다. 이어진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기지추진 강행과 그 과정에서 벌어진 엄청난 갈등, 조그만 강정마을은 3번의 국가 권력과 그렇게 싸웠다. 주민들간 찬반으로 나뉘어져 심지어 형제간 ‘제사도 함께 하지 못할 정도’라는 기가막힌 이 사정을 제주사람이면 다 알고 있다.

정부가 바뀌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촛불정부’는 강정마을의 10년 갈등 해결을 위한 첫걸음으로 해군기지추진과정에서 벌어진 국방부(해군)의 34억원의 구상금청구 소송을 취하했다. 국무회의를 주재한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 안건을 의결하자 제주사람들은 모두 환영했다. 해군기지 찬성과 반대, 진영을 떠나 오랜시간 짊어졌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했다.

그런데 해군의 이번 국제관함식 추진과정을 보면 구상금청구소송 취하결정에 박수를 보냈던 이들의 뒤통수를 제대로 때린 것 같다. 국회 회의록을 보면, 구상금청구 소취하 결정 전 해군은 이미 제주개최를 내부적으로 확정해놓았다. ‘제주민군복합항 건설과정에서 발생한 갈등 치유가 가장 큰 목적’이라고 했다. 그리고 6개월 뒤인 올 3월 강정마을을 찾아 “주민들이 반대하면 제주에서 개최하지 않겠다”라고 약속했지만, 결국 거짓말이 돼 버렸다.

강정주민들은 문재인정부에 많은 기대를 걸었다. 11년간 싸운 이들에게 이 4번째 정부마저 또 고통을 감내하라 한다면, 우리는 또 질문해야 한다. ‘국가란 무엇인가’ ‘정부란 무엇인가’.

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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