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판 전설의 고향 ‘운명을 사랑하라’
태국판 전설의 고향 ‘운명을 사랑하라’
  • 김경호 기자
  • 승인 2018.07.20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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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오싹해진 아내 정체 밝히기
무섭다가도 웃기고 웃다가도 무서운
호러를 가장한 지고지순 사랑이야기
피막 스틸컷
피막 스틸컷

어린 시절 어느 여름날 TV화면에서 머리를 풀어헤치고 “내 다리 내놔, 내 다리 내놔!”라고 외치며 여자를 쫓는 시체의 모습을 40대 이상은 기억 할 것이다.

어릴 적 이불 속에서 눈만 내놓고 시청했던 납량드라마 ‘전설의 고향’의 한 장면이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부부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그려낸 옛날이야기 이다.

태국 영화에도 설화를 근거로 전쟁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이야기를 그린 호러 코미디가 있다. 2013년 개봉해 태국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모으며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한 히트작 ‘피막’이 그 주인공이다. 전쟁에 나갔다가 돌아온 남편 '피막'과 아내 '낙'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전쟁에 나갔다 돌아와 보니 뭔가 오싹해진 아내, 그녀에게 마냥 콩깍지 씌인 남편과 그녀의 정체를 밝히려는 4총사 친구들의 진실공방을 그린 호러를 가장한 코미디다.

영화는 시대 상황를 표현하기 위해 전통 복장과 배우들의 독특한 헤어 스타일, 남녀 가릴 것 없이 검은 이빨이 보여서 태국 사람들 이빨은 원래 저렇게 검은 걸까 하는 오해도 든다.

하지만 그건 과거 시대를 재현하기 위해 감독이 일부러 넣은 연출이었다고 한다. '빈랑'이라는 열매인데 일종의 각성효과가 있어서 주로 농경 사회였던 태국 사람들은 힘든 일을 할 때면 항상 씹었다고 한다. 열매의 성분이 이빨을 붉게 만드는데 그 정도가 심해지면 검은 색으로 변하게 된다고 한다.

이 영화로 1000만 관객을 매료시키며 태국의 국민 감독으로 떠오른 ‘반종’ 감독은 호러 영화의 대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공포 영화 '셔터'와 '샴'으로 잘 알려졌다.

특히 영화 ‘피막’은 '전설의 고향'이 연상될 정도로 음습한 어느 두메산골처럼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칙칙한 정글 숲에 거미, 전갈, 지네 등의 곤충들이 화면을 채운다.

금방이라도 어디서 귀신이 튀어 나올 것 같은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곳곳에 ‘빵’ 터지는 개그와 죽음도 어찌할 수 없는 남녀의 사랑을 정말 유쾌하고 코믹하게 잘 풀어 놓았다.

공포 영화 속의 플롯은 종종 악의적인 힘, 사건, 혹은 일상 세계에 대한 침범을 포함한다. 공포 영화에서 등장하는 주요 소재로는 유령, 외계인, 뱀파이어, 늑대인간, 악마, 사탄, 잔인한 것, 고문하기, 악의 상징인 동물, 마녀, 괴물, 좀비, 사이코 패스 등이 있다.

하지만 무섭다가도 웃기고, 슬프다가도 웃기고, 웃기다가도 무섭고….

온 가족이 함께 보면서 즐길 수 있는 태국산 호러 코미디 ‘피막’을 보면서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 속으로 빠져 보자.

영화 전체를 관통한 마지막 대사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당신은 무섭지만 당신이 없는 게 더 무서울 것 같다.”

김경호 기자  soulful@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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