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팔면 뭐해, 몇 백원도 안 남는데…”
“계란 팔면 뭐해, 몇 백원도 안 남는데…”
  • 문유미 기자
  • 승인 2018.07.18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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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급감·가격 폭락·운영비 폭등 ‘3중고’…산란계 농가 ‘시름’
최근 계란값 지속 하락세로 산란계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면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18일 제주시내 한 양계업체에서 계란이 출하되고 있다. (임창덕 기자 kko@jejuilbo.net)
최근 계란값 지속 하락세로 산란계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면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18일 제주시내 한 양계업체에서 계란이 출하되고 있다. (임창덕 기자 kko@jejuilbo.net)

살충제 계란·조류인플루엔자(AI) 등을 거치며 계란 소비가 감소한 데다 그 여파로 계란값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제주지역 산란계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18일 현재 산지 계란 소매가(30구 기준)는 평균 4800원으로, 지난해 7월 기준(7590원)보다 37%(2790원) 하락했다.

도내 산란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인 산지 계란 생산원가는 4300~4500원으로, 소매가 기준 5500원 정도가 농가 생산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손익분기점으로 추산된다. 이를 적용하면 사실상 도내 산란 농가들은 적자 생산을 하고 있는 셈으로, 경영 악화 걱정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산지 계란 가격이 떨어진 이유는 지난해 8월 논란이 일었던 ‘살충제 계란 사태’와 지난 겨울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 등의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계란 소비량이 급감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종철 제주한라양계조합 이사는 “지난해 육지에서 살충제 파동·AI 등으로 계란 소비량은 70~80% 급감한 반면 초과 생산되면서 남아도는 계란들이 싼 가격으로 여기저기 유통됐다”며 “물량 일부가 제주도에도 저가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그 여파로 산지 계란 가격 폭락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농가 측에서는 마진이 거의 없는 수준으로, 최근에 사료값도 폭등하면서 실질 생산원가는 더 올라버린 상황”이라며 “생산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기 때문에 농가들이 자체적으로 생산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어 농가의 자발적인 생산량 감축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도에 따르면 도내 농가의 닭 사육 수는 지난해 말 94만1000마리에서 올 1분기 82만마리로 13%(12만1000마리) 감소했다.

김해규 대한양계협회 제주도지회장은 “육지 저가 물량과 경쟁하려면 가격은 같이 내려야 하고 들어가는 생산비는 고정적이라 그 부담은 고스란히 농가에게 돌아오고 있다”며 “제주 생산업체들이 대부분 소규모 농가라 생계 문제가 달려있기 때문에 손실 난다고 안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농가들 죽어난다고 고통을 호소한다고 해도 뚜렷한 대안이 없으니까 자구책으로 우리가 스스로 생산량을 조절하는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다들 소규모 농장이라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사실상 시장에 섣불리 개입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점들도 많아 일단은 농가 자체 감축 등으로 자율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그래도 가격이 하락하거나 상황이 심각해질 경우 소비 촉진 등 대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유미 기자  mo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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