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협치(協治)를 꺼내들었는데…
또 다시 협치(協治)를 꺼내들었는데…
  • 한국현 기자
  • 승인 2018.07.18 18: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선 7기 제주도정이 우여곡절(?) 끝에 행정시장을 공모하고 있다. 그제(17일)부터 오는 23일까지다. 지방선거가 끝난 후 뜸들이지 말고 했어야 했는데 너무 늦은 감이 있다. 그만큼 행정시장 공백도 길어지고 있다. 그래서 말이 많다.

민선 6기 첫 행정시장 공모기간은 6월 19일부터 23일까지 였다가 7월 2일로 연장됐다. 그때도 말이 많았다. 제주도지사 당선으로 금의환향한 원희룡 지사는 협치(協治)를 화두로 꺼냈다. 그때 제주정가는 협치를 강조한 원 지사가 야당 인사를 행정시장으로 영입하기 위해 공모기간을 늦춘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원 지사는 집권여당(새누리당) 소속 도지사였다. 도의회도 새누리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원 지사의 협치는 소리만 요란했을 뿐 구체적으로 실현되지는 못했다. 자신이 내정한 두 명의 제주시장 후보가 도의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하는 일도 겪었다. 협치가 사람을 두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원 지사의 실험은 빛을 발하지 못했다.

민선 7기에는 집권여당의 도지사도 아니고, 도의회도 더불어민주당 일색이여서 그런가? 협치를 하겠다는 의지가 민선 6기 때보다 강하다. 거기에 연정(聯政)까지 보태고 있다.
전국적인 관심 속에 재선에 성공하면서 유명세를 더하고 있는 원 지사는 노골적(?)으로 도의회에 구애를 펼치고 있다. 첫 시도로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도의회에 행정시장 추천을 제안했다. 원 지사는 지난 4일 “행정시장 인사권을 도의회와 정당 등에 넘기겠다”고 밝혔다. 이어 “제주특별법에 따라 행정시장은 도지사가 임명하게 돼 있지만 도민의 뜻을 반영하고 초당적 협력을 위해 인사권 행사를 함께 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원 지사의 제안은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김태석 도의회의장은 “상당히 고맙지만,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선례도 없고, 제도가 미비할뿐더러 특정인을 공식적으로 추천하기 어렵다”며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러면서 선거공신 임용과 회전문 인사는 지양해 달라고 주문했다. ‘덥석’ 물지는 않았고, 그렇다고 아예 놔버리지도 않은, 도의회로선 손해볼 것 없는 흥정이다. 남는 장사다.
원 지사가 김 의장의 주문을 수용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원 지사가 먼저 행정시장 추천을 제안했고, 도의회가 이를 거절하면서 역으로 다른 것을 부탁한 것이어서 안 들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큰 꿈을 꾸고 있는 원 지사 입장에선 출발부터 의회와 팽팽하게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은 결코 원하지 않은 그림이다. 그렇다고 한번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고…. 안 한 것만 못한 것 같기도 하다. 아니면 신의 한수?

원 지사의 추천 제안, 도의회의 정중한 거절에 이은 주문 등 일련의 일들이 행정시장 공모를 늦추는 결과로 나타났다.
그렇다 치고, 원 지사는 도의회가 추천한 행정시장을 도의회가 인사청문회를 하는 것이 진정한 협치라고 생각했을까? 도의회가 도의회 구성원들이 추천한 사람을 인사청문회에 세우면 그 인사청문회는 ‘안 봐도 비디오’다.

원 지사의 행정시장 추천 제안은 도지사의 고유 권한을 도의회에 넘기는 것이나 다름 없다. 자문을 구하거나 의견을 청취하는 건 몰라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인 김경학 의원도 “의회가 특정인을 거명하면서 추천하는 것은 도지사의 인사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선을 그었다.

원 지사와 도의회의 밀월(?)로 그동안 언론이 행정시장 후보군로 거론했던 인사들은 이미 포기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정도가 지나치지 않으면 논공행상도 나쁘지 않다. 대통령도 측근과 선거 공신이라 할지라도 자기와 뜻이 같고 일도 잘하면 요직에 기용하는데 말이다.

원 지사의 깊은 뜻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눈치 보지말고, 그가 약속한 것처럼 중앙정치에 곁눈질하지 말고 도민이 준 권한을 소신있게 행사하시라. 도민만 바라보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한국현 기자  bomok@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