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카’ 밤의 열기속에서
‘제프리카’ 밤의 열기속에서
  • 제주일보
  • 승인 2018.07.16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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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더위도 보통이 아닐 것 같다.

벌써부터 제프리카’(제주+아프리카)란 말이 나올 정도니까.

섭씨 25도를 웃도는 폭염의 밤이 계속되면 일상적 삶을 지탱해주는 평상심마저 앗아가 버린다.

대낮의 더위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게 열대야(熱帶夜)라는 한밤의 열기다.

열대야를 이기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고해서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10)대야로 물을 받아 뒤집어쓰면 이라고 한다. 이런 우스개에는 작은 여유라도 묻어난다.

하지만 후텁지근한 한밤의 열기는 정말 견디기 어렵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거나 자주 깨는 탓에 아침에 일어나도 온몸이 나른하고 피곤하다. 실내 온도가 잠 자기에 적절한 섭씨 18~20도를 훌쩍 넘어버리면 체내의 온도조절 중추가 흥분해 각성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생체리듬이 깨지면서 낮에도 졸리고 무기력한 상태로 빠져드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한 여름을 ()의 계절로 부른다. 복날 개를 잡아먹는다는 그런 뜻이 아니다.

여름 밤 하늘에 개 모양의 별이 나타나면서 사람들이 이성을 잃고 엉뚱한 짓을 할지도 모른다고 해서다.

내일 17일은 초복(初伏).

복날을 앞두고 있어선지 제주지역에 폭염과 열대야가 계속되는 등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벌써 한낮 최고 기온이 35도다. 폭염주의보는 하루 최고기온 33도 이상, 최고열지수(기온·습도를 감안해 사람이 느끼는 열 스트레스를 계산한 값) 32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을 넘을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폭염경보는 최고기온 35최고열지수 41도 이상일 때 발령된다. 지금 더위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고온다습한 바람이 들어오면서 찜통처럼 수증기가 많아진 탓이란다.

한라산 북쪽 제주시쪽에는 당분간 낮 최고기온이 33도 내외로 오르면서 무더위가 다음주에도 계속 이어지겠다고 예보하고있으니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모양이다.

특히 낮 기온이 높게 오르고 밤 사이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열대야가 다음 달 까지 계속될 것이라니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할 것 같다.

열대야가 계속되던 주말. 구제주에서 24시 편의점을 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해봤다.

몇 년 전 그가 하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무더위에 밤잠을 설치느니 피서와 돈벌이를 겸해 심야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는 사람도 엄청 많아.”

그의 말대로 쉬는 시간 없이 돌아가는 심야 프랜차이즈 매장, 24시간 편의점 등 열대야 알바를 할 수 있는 유형과 업종은 다양했다. 시급에 야간수당까지 가산되니 수입도 쏠쏠하다고 했다.

그런데 올해는 그의 말이 달랐다.

피서를 겸하는 돈벌이 심야 알바는 개뿔.

최저임금이 크게 올라 알바를 쓰지도 못하겠고, 불경기로 밤에 손님도 없고해서 밤이 깊으면 문을 닫아야겠는데 본사에서는 문을 열라고만 하니 죽을 지경이란다.

그렇찮아도 불경기로 애가 타는 사람들은 제프리카한밤의 열기 때문에 마음 다스리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삼복(三伏)엎드릴 복()’자를 쓰는 건 가을이 오다가 강렬한 여름 기운에 굴복한다는 뜻에서라고 한다.

우리 선조들은 복날이 닥치면 낮엔 시원한 계곡을 찾아 탁족(濯足)을 했고 밤엔 죽()부인을 안고 더위를 달랬다.

나물 먹고 배 불러서 손으로 배를 문지르고 가냘픈 오사모(烏紗帽)를 제껴 써, 용죽장(龍竹杖) 손에 짚고 돌 위에 앉아 두 다리 드러내어 발을 담근다. 한 움큼 물을 입에 머금고 주옥을 뿜어내니 불 같은 더위가 도망치고.”(이인로 탁족부’)

이런 탁족도 탁족이지만 실은 마음을 다스리며 더위의 속맛을 즐기려 했던 것이리라.

더위에 지쳐 짜증 난다고 짜장면만 먹고, 우울하다고 울면만 먹으면 더 우습게 되지 않겠는가.

한때 유행했던 말대로 피할 수 없는 것은 즐기는 수밖에 없다.

하루하루 제 할일을 조용히 하다 보면 더위가 가을에 무릎을 꿇을 테니 말이다.

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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