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 ‘교수 갑질의혹’ 끌수록 의혹만 쌓여
제주대, ‘교수 갑질의혹’ 끌수록 의혹만 쌓여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7.1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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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가 교권을 남용해 학생들을 노예처럼 부리는 ‘갑질’을 자행했다. 지성의 상아탑이라고 불리는 대학에서, 대학의 근간 학생들을 상대로 성희롱과 성추행, 폭언, 인격 모독, 노동력 착취, 수상실적 갈취 등 끔찍한 일이 자행됐다.” 지난주 말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갑질 논란 제주대학교 A교수 파면 등을 요구하는 집회(‘시민행동’) 참가자들이 외친 내용 중 일부다. 참가자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수차례 대학 측과 만나 A교수 파면을 요구했지만, 확실한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이어 “대학에서 학생들의 교육권과 인권이 가장 중요하다”며 “제주대에서는 기본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제주대 A교수의 갑질 의혹은 2개월 전인 지난 6월로 거슬러 간다. 당시 제주대 멀티미디어디자인과 4학년 학생들은 이 학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A교수가 수년간 성희롱, 갑질을 일삼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A교수에 대한 파면과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이를 계기로 파문은 제주대를 넘어 제주 사회 전체에 큰 파장을 낳았다. 또 그 파장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학 측이 학생들에게 해당 교수와의 합의를 종용하고, 학교 명예를 위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막았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각 언론이 지속해서 관련의혹을 보도하면서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지난 6월 말 송석언 제주대 총장은 학생들과 간담회를 했다. 당시 송 총장은 학생들에게 “학교에 얘기하지 않고, 자꾸 언론이나 대자보를 통해서 의혹을 제기하면 현재 진행 중인 진상조사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지만 학생들의 생각은 대학 측과 다르다. 이는 제주여성인권연대가 지난주 말 학생들과 함께 개최한 ‘시민행동’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참가자들은 “이미 1학기가 끝나고 방학이 시작되면서 학생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며 “제주대는 피해 학생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한 조사결과를 조속히 발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물론 현재 이 사건을 조사 중인 제주대의 어려움 또한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사안의 성격상 이 문제는 당사자들의 주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학생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외면해선 안 된다. 조사할 능력이 안 된다면 차라리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대학의 자율성이 존중돼야 한다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렇지만 그런 대학의 자율성은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대학은 진정으로 인간적이고 이성적이어야 할 진리의 전당이다. 그런 곳에서 합리적으로 용인하기 어려운 사건이 발생했다면 결코 좌시해선 안 된다. 제주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 이 문제를 신속하게 매듭지어야 한다. 더 이상의 의혹을 불식시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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