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휴 공간 건물주와 창업가의 연결이 만들 골목길의 미래
유휴 공간 건물주와 창업가의 연결이 만들 골목길의 미래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7.10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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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환.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

 

지난 5~8일 제주 원도심에서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제주시 원도심 일도1동 복지회관에 50여 명의 도내·외 인재들이 모여서 제주 원도심의 빈 건물에 대한 사업 아이디어를 만들었다.

미리 선정된 3명의 장기 미임차 건물 소유주는 첫날 이들에게 자신의 건물과 골목에 대한 기억과 가치를 설명하고, 참가자들은 3일간 팀 작업을 통해 마지막 날 건물주 포함 200여 명들의 청중들 앞에서 건물을 활용할 사업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가 함께 마련한 이 프로그램은 기존에 공공의 인프라 중심, 자금 지원 중심의 재생사업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이 프로그램은 제주 원도심의 과거, 현재, 미래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지속가능한 사업 아이디어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공공은 이들의 계약에 관여하지 않고 보조금도 지원하지 않는다. 단지, 자신의 건물 뿐 아니라 원도심 골목길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희망을 품은 진정성 있는 건물주들을 찾아내고, 그 건물주의 스토리를 골목길의 미래 가치를 키울 역량 있는 창업가를 발굴하여, 프로그램을 통해 연결해주는 것이 공공의 역할이다.

건물주와 창업가가 임대차 계약을 맺고 더 나아가 투자계약까지 맺고 함께할 지의 여부는 그들 간의 몫으로 남게 된다.

이런 프로그램이 과연 잘 작동할 수 있을까 의문이 있을 것이다. 공공이 임대료 보전을 해 주거나 사업 보조금을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자금 지원 방식의 실패 사례를 잘 알고 있다. 일례로, 제주 원도심 빈집 프로젝트는 빈 건물에 문화예술 창업가들을 최대 5년 입주하도록 하고 공공이 임차료 전액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이 사업이 종료되고 남아 있는 사업자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 주변에 공공 보조금 없이 자생적으로 생겨난 쌀다방, 순아커피가 성공적인 것과 대비된다.

공공이 세금으로 임대료나 보조금을 지원해주게 되면, 건물주는 공공에서 임대료를 보전 받는 기간만 임대하려 하고, 사업자는 그 기간 동안 사업의 본질에 충실하지 않는 경향이 생긴다.

이는 사업의 자생력을 떨어뜨리며, 자생력이 없는 사업자가 많으면 골목 전체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게 된다.

연결을 통한 성공 사례는 우리보다 15년 이상 먼저 인구 감소가 시작된 일본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일본은 10여 년 이상 보조금 중심의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했으나 대부분 큰 실패를 겪었다.

시행착오 끝에 최근 7년 전부터 새로운 방식으로 시작된 것이 리노베이션 스쿨이다. 리노베이션 스쿨은 2011년 일본 후쿠오카 북부에 위치한 기타큐슈시에서 공무원이 발의하여 민관협력으로 시작된 프로그램으로 일본 20여 개 도시로 확대되었다. 한국에서 리노베이션 스쿨이라는 이름으로 유사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름만 같지 사실 본질이 다른 부분이 많다.

이번에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일본 기타큐슈시를 방문하여 리노베이션스쿨을 참관하고 일본 리노베링과 함께 이 프로그램을 준비하게 됐다.

지난 6월 초에는 도시재생지원센터, 리노베링과 함께 제주 4, 육지 4, 일본 4인의 유닛마스터들을 선정하고 일본 와카야마에서 한일 유닛마스터 교류회를 여는 등 사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이미 행정안전부 사회혁신추진단을 비롯하여 전국에서 벤치마킹을 하러 오고 있다.

우리는 내년에 이 프로그램을 제주시, 서귀포시에 확대할 것이고 전국의 긍정적 변화를 리드할 것이다. 더 나아가, 과거 4·3사건을 피해 일본으로 이주한 제주인들 중 제주에 건물을 소유한 분들을 발굴하는 등 과거와 현재, 바다를 건너서 제주가 새로운 한일 교류의 허브가 되도록 할 예정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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