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희생자 유해 발굴 어떻게 진행되나
제주4·3 희생자 유해 발굴 어떻게 진행되나
  • 현대성 기자
  • 승인 2018.07.10 1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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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 남북활주로 인근 3곳 지점에서 유해 발굴
새로운 유전자 감식 방식 도입해 신원 확인 '기대'
10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에서 제주4.3 유해발굴 계토제가 있었다.임창덕 기자 kko@jejuilbo.net
10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에서 제주4.3 유해발굴 계토제가 있었다.임창덕 기자 kko@jejuilbo.net

▲351명 암매장 추정, ‘어둠의 역사’가 열린다

10일 8년만에 재개된 제주4·3 희생자 유해 발굴은 오는 11월까지 제주국제공항 남북활주로 인근 ‘뫼동산’ 지점, ‘남북활주로 서북쪽’ 지점, ‘남북활주로 동북쪽’ 지점 등 모두 3곳에서 진행된다.

지난해 제주도가 (사)제주4·3연구소에 의뢰해 4·3 행방불명인 유해 발굴 예정지 긴급조사 용역을 실시한 결과 제주국제공항 부지에 4·3 행방불명인 351명이 암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제주공항에서는 2007년 남북활주로(서북쪽)에서 128구, 2008~2009년 남북활주로(동북쪽)에서 260구의 유해가 발굴된 바 있다. 이 중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92구다.

제주 4·3 희생자 유해 발굴 사업은 2006년 제주시 화북동을 시작으로 2007년과 2008년 제주공항, 2010년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리에서 진행됐다.

지난 사업 동안 발굴된 4·3 희생자 유해는 모두 400구로, 이 중 388구(97%)가 공항에서 발굴됐다.

제주도는 제주공항에 묻힌 유해를 발굴하기 위해 지난 2월 26일 10명의 자문위원을 위촉해 자문을 구했고, 지난 3월 30일에는 당시 지번에 대한 지적 측량을 실시했다.

지난 4월 25일부터 27일까지는 암매장 추정지 확인을 위한 지표투과레이더(GPR, Ground Penetrating Radar) 탐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올해 7월 4일에는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지방항공청,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제주4·3평화재단이 유해 발굴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해 사업에 더욱 속도가 붙었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공항 남쪽 외부,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와 북촌리, 서귀포시 대정읍 구억리에서도 4·3 행방불명인 유해 발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유전자 감식 방식으로 유해 신원 확인

제주4·3평화재단은 서울대학교 법의학연구소와 함께 새로운 유전자 감식 방식을 적용해 희생자 유해 신원 확인에 나선다.

재단은 기존에 적용하던 STR(짧은반복서열·Short tendem repeat) 유전자 분석 기법 대신 SNP(단일염기다형성·Single Necleotide polymorphzm) 유전자 분석 기법을 사용해 유해의 신원을 확인할 계획이다.

STR 분석 기법은 부모-자식 사이나 형제 사이처럼 직계 가족에서만 신원 확인이 가능하고, 촌수가 3촌이나 4촌으로 멀어지면 분석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또 오랜 기간 자연에 방치된 경우 유해 속 유전자가 분해돼 길이가 짧아지기 때문에 유전자 염기서열의 반복 횟수를 분석에 이용하는 이 방법이 한계를 보이기도 한다.

사람마다 유전자 염기 구성에 차이가 나는 부분으로 유전자를 분석하는 SNP 기법은 변이가 나타난 염기서열 하나만 확인해도 깨진 DNA를 해독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 각광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STR 기법의 분석 정확도가 10의 32제곱 정도라면, SNP 기법의 정확도는 10의 80~90제곱 정도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 4·3평화재단이 유해 신원 확인에 2014년부터 2년 동안 SNP 기법을 적용한 결과 기존 STR 기법에 비해 2.5배가량 높은 식별력을 보였다.

제주4·3평화재단 관계자는 “보다 정확도가 높은 유전자 감식 기법이 적용돼 이번 발굴 사업에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기존 발굴 유해 중 신원을 감식하지 못한 4·3 희생자 유해 279구의 신원도 새 유전자 감식 기법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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