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주 52시간제
우울한 주 52시간제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8.07.0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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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 경제가 올해 들어 부동산 경기 침체,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도내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이 전국에서 가장 낮다는 통계는 도내 근로자들의 힘을 빠지게 한다.

노동부가 최근 발표한‘통계로 보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모습’에서  지난해 4월 기준 제주지역 월평균 임금은 264만9000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임금을 받는 지역인 울산(424만1000원)과는 159만2000원이나 차이가 났으며 전국 평균(352만1000원)과도 87만2000원을 적게 받고 있다. 300인 미만 규모 사업체의 월평균 임금은 265만원으로 전국 평균 322만원에 비해 57만원이 적었으나 300인 이상 규모 사업체의 월평균 임금은 269만원으로 전국 평균 473만원보다 203만원이나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도내 근로자들의 월 근로시간은 177.3시간으로 전격 평균 173.2시간에 비해 4.1시간이나 많았으며 200인 미만 규모 사업체의 월 근로시간은 177.8시간으로 전국 평균 174.3시간에 비해 3.5시간이 많았고 300인 이상 규모 사업체의 월 근로시간은 171.1시간으로 전국 평균 168.7시간에 비해 2.4시간 많았다.

주 52시간제가 지난 1일부터 시행됐다.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라 300인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의 근로자는  휴일을 포함한 1주 근로시간으로 52시간을 넘겨서는 안 된다. 50∼300인 사업장은 2020년 1월부터, 5∼50인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이 제도가 적용된다. 제도가 도입되면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는‘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 보장될 것이라는 장밋빛 이야기도 들린다.

다른 지역에서는 제도 도입 1주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대기업 근로자들과 달리 중견 또는 중소업체 종사자들은 임금이 줄어들 것이라는 걱정이 앞서고 있다고 한다. 통계에서 보듯이 다른 지역보다 근무시간은 많고 임금은 적은 도내 근로자들은 과연 주 52시간제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것이 먹고 사는 문제와 연결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특히 지역경제가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제주지역에서는 근로자와 기업 모두가 우울할 뿐이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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