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홍삼이 안 받는 체질
여름에 홍삼이 안 받는 체질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7.0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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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진 한의사

올해는 장마전선에 태풍이 더해져 여름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습하고 무더운 여름과 씨름하다 힘이 부치면 활력을 충전하기 위해 보양식(保養食보양식(補陽食)+보음식(補陰食))을 찾고 서로 권하는 것이 이맘때 인지상정이다. 이때 귀한 보양식(保養食)을 먹고 탈이 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들 보양식(補陽食)이 안 맞는 병 체질에 대해서 소개해보려 한다.

여름이 되면 더위를 견뎌내는 과정에서 몸에 있는 냉각시스템의 과로와 이를 유지하기 위한 체력 부담으로 인해 건강을 잃기가 쉽다. 이 상태를 집에 비유하자면 너무 더워서 에어컨을 오래 틀어서 에어컨 자체가 고장 나버리거나, 전기료가 많이 나온 것으로 생각하면 쉽겠다.

우리 몸의 대표적 냉각시스템은 땀인데 습도가 높은 여름이 되면 땀 배출이 힘들어져 발한 냉각시키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된다. 게다가 더위를 식히려 차가운 음료를 먹기만 하고 덥다고 움직이지 않을 경우 몸에 습이 쌓여서 몸이 무거워지게 된다. 이처럼 더위와 습도로 몸은 무겁고 지치게 될 때 습기를 배출하고 피로를 해소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데 이때 필요한 에너지를 보충하는(補陽) 대중적인 약선 요리로 보신탕 삼계탕이 있다. 두 음식 모두 양기를 북돋는 음식으로 사상체질(四象體質)로는 소음인 음식에 해당하는데 지친 몸을 가볍게 해준다. 하지만 보양(補陽)보다 보음(補陰)이 필요한 소양인의 경우 이들 보양식이 맞지 않을 수 있다. 삼계탕을 먹고 급체를 하거나 오심구토 설사 불면을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대개 열이 많은 소양인이 보양식으로 보음(補陽)을 당해서 생긴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양인은 진액과 피가 부족해서 더위를 식히지 못해서 힘들어하므로 쉰다리 같은 발효식품이나 참외 오이 팥 등을 이용해 보음을 해야 되는데 기운 없는 소음인에게 어울리는 보양식을 먹게 되어 탈이 난 셈이다. 그래도 음식의 경우에는 오래 끓여져 약효가 순화되기도 하고, 다른 음식이 곁들여져 중화되기도 하기에 몸이 아주 안 좋았던 경우가 아니면 조금 불편해도 먹고 힘을 낼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요즘같이 약효에 비해 광고로 국민보약이 돼 버린 홍삼 같은 경우 장복을 권하는 통에 여름이 겹치기 쉽고, 약선 요리와 다르게 단일 성분이기에 중화될 만한 요소가 없어 여름에 열이 많은 소양인에게는 부담스럽기 쉬울 수 있다. 그래서 여름에 한의원에서 진료하다보면 보음해야 되는 소양인이 보양하는 홍삼을 복용하다 입 마름, 식욕저하, 불면 등을 호소하며 내원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요컨대 더위를 이겨내는데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데 기(氣)가 부족한 소음인은 보양식(補陽食)이, 혈(血)이 부족한 소양인은 보음식(補陰食)이 좋다. 이에 보양식이 부담스러울 수 있는 체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사랑이란 명목으로 획일적으로 보양식을 강요하지 말고 기호를 존중해주는 것도 좋겠다.

제주인(濟州人)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무더운 여름을 오랜 세월 견뎌왔다. 그래서 제주 식문화에는 육지보다 더위에 효과적인 약이나 다름없는 약선 요리들이 있게 마련이다. 삼계탕 같은 여름 보양식(補陽食)이 부담스러운 분들에게는 제주 음식 중에 보음(補陰)하는 효능이 좋은 몸국이나 쉰다리가 아주 좋다. 올 여름에도 제주 전통 음식으로 제주를 찾는 분들의 더위가 달래지 길 희망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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