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탓’…‘남의 탓’
‘내 탓’…‘남의 탓’
  • 제주일보
  • 승인 2018.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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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사회는 옛날부터 당 오백 절 오백이란 말이 있었듯, 무당굿이 유다르게 번성했다.

무당굿의 사설을 듣다보면 제주사람들의 심성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무당굿의 심리 기제는 한 마디로 투사(投射)’. 투사란 자신의 성격, 감정, 행동 따위를 스스로 납득할 수 없거나 만족할 수 없는 욕구를 가지고 있을 경우에 그것을 다른 것의 탓으로 돌림으로써 자신은 그렇지 아니하다고 생각하는 일 또는 그런 방어 기제. 자신을 정당화하는 무의식적인 마음의 작용을 이른다.

쉽게 말해 자기 마음의 갈등을 외부 사태로 핑계대는 것이다.

따라서 거기에는 자기 책임이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귀신 때문이고, 묏자리 때문이고, 정재(부억)가 잘못된 때문이다.

내 탓은 없고 하나같이 남 탓을 한다.

이렇게 남 탓을 하니 저승에 간 사람들도 이승 사람들의 갈등과 고통을 해결해주기 위해 힘써야 한다.

무덤에 곤히 잠들어있던 조상님도 후손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어느 날 갑자기 잠자리를 옮겨야 한다.

저승 사람들이 이럴진데 이승 사람들은 오죽하겠는가.

요즘 누구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제주도가 자영업자들의 무덤이됐다고 한다.

한 해에 제주도에서 1000여 개 식당이 새로 개업을 하고 그 중 수백개 식당이 폐업을 하고 천수백개 식당 주인이 바뀌고 있으니 그럴만도 하다.

식당을 넘긴 업주들은 이런 말을 한다. 임대료와 인건비가 크게 오르고, 재료비가 크게 뛰어 망했다고한다. 다들 정책이 잘못된 탓이라고 한다.

이런 말을 들으면서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막상 속을 들여다보면 제 탓인 부분이 더 많다.

개업을 제가 한 것이지 누가 한 건가.

무슨 일이 생기면 다 대통령 탓이요, 도지사 탓이요, 사장 탓이요, 선생 탓이요, 부모 탓이다.

그리고 자기는 아무 잘못한 것이 없이 모두가 다른 사람 탓이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남 탓을 하는 것은 제주도와 도의회도 예외가 아니다.

대규모 개발사업들이 난항을 거듭하고있다. 이제와서 개발을 인허가해서는 안되었느니 되었느니 책임을 미루고 남 탓을 하고 있다. 투자유치에 목을 맬 때는 언제고, 막상 투자가 시작되자 규제의 칼을 들이대고 발목을 잡고 있다.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녹지국제병원의 경우는 아예 공론조사를 한다고 하는데, 어느 방향으로 결론이 나든 도민 탓이 될 게 뻔해졌다.

제주도는 지속적인 투자유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정책이 일관성을 유지해야하고 당연히 책임소재도 분명해야 한다. 그러나 개발사업과 관련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책임을 전가하면서 남 탓만하는 심리가 발동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결국 남을 탓하고 책임을 회피하다보면 정책의 신뢰성에 상처를 입혀 투자기피 지역으로 각인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사실 잘되면 내 탓이오, 잘못되면 남 탓으로 돌리려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가까운 심리다. 제주사람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같은 상황에서도 남의 탓을 더 크게 보려 한다는 귀인이론(歸因理論)의 오류라는 말까지 있지 않은가.

중요한 것은 잘 되는 조직일수록 문제가 생기면 내 탓을 강조하고, 그렇지 않은 조직은 남의 탓을 많이 하게 된다는 점이다.

제주는 지금 정치든 경제든 참 어렵다.

남의 탓만 하고 앉아 있을 때가 아니다.

남의 탓을 하는 심리는 마치 전염병과 같다. 한 사람으로부터 다른 사람에게 퍼져가는 속도가 바이러스 전염 속도보다 더 빠르다. 자기반성 없이 오로지 남 탓만을 하는 사회에서는 그 어떤 변화와 발전도 가능하지 않다. 남 탓의 심리가 무서운 이유는 그대로 둘 경우 그 어떤 전염병보다 무섭게 퍼지기 때문이다. 결국 개인뿐 아니라 우리 제주사회 전체에 무책임의 문화를 만들고 병들어갈 것이다.

작은 일에서부터 개인이든 조직이든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이에 따른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문화를 구축하는 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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