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할 수 없는 신비 간직한 땅, 인도
예상할 수 없는 신비 간직한 땅, 인도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7.06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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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아시아 문명의 원천 신들의 나라 인도를 걷다
(46)삶의 원초적 모습을 지닌 남인도를 찾아서(5)-함피 유적지⑤
이른 새벽 일출을 보기 위해 마탕가힐에 올라 내려다 본 함피 모습. 비루파크샤 사원 너머로 과거 비쟈야나가르 왕국의 젖줄이었던 퉁가바드라강과 많은 유적지들이 한 눈에 보인다.
이른 새벽 일출을 보기 위해 마탕가힐에 올라 내려다 본 함피 모습. 비루파크샤 사원 너머로 과거 비쟈야나가르 왕국의 젖줄이었던 퉁가바드라강과 많은 유적지들이 한 눈에 보인다.

한 발은 전통에 굳건히 디디고, 다른 한 발은 인터넷 시대로 맹렬히 뻗어나가는 나라가 바로 인도랍니다.

한 때는 지상에서 가장 부유하고 화려한 왕국을 꽃피웠던 이 땅. 그러나 오늘날에 이르러 인간을 가차없이 옥죄이는 절대 빈곤으로 인해 처절한 참상들을 거르지 않고 내보이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힌두교인으로 태어나는 것을 제외하고는 개인의 자유가 공공(公共)의 규율이나 의무를 압도할 정도로 거의 모든 면에서 철저하리만큼 보장되는 풍토를 지닌 곳 또한 인도랍니다.

이 모든 걸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인도는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 것을 예상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이지요. 때문에 인도여행자들은 가끔씩 좌절감이 들만큼 힘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떨리게 됩니다.

간밤에는 너무 피곤했던지 일어나 보니 새벽입니다. 일출을 찍으러 가기 위해 대충 짐을 정리하고 밖에 나가봤더니 피곤했을 만도 한데 많이들 나왔네요.

어둠 속에 골목을 돌고 돌아 도착한 곳이 어제 제가 혼자 올랐던 마탕가힐입니다. 어제 오늘 두 번 오르게 됐네요. 다리가 뻑적지끈해 천천히 커다란 바위 틈을 돌며 산을 오르는데 조금씩 풀리는 것 같습니다.

어느새 정상에 올랐는데 많은 사람들이 해뜨는 것을 보기 위해 모여 있군요. 우리나라 사람들만 일출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일출 모습은 동·서양 누구나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마탕가힐 정상이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마탕가힐 정상이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여명이 밝아오면서 서서히 주변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자세히 보니 어제 저 혼자 돌아 다녔던 곳들이 멀지 않게 이웃하고 있습니다.

~저기, 산 뒤로 돌면 바로 그 곳이로구나하고 혼자 속으로 피식 웃고 말았답니다.

가까운 곳이 있는데 지역을 잘 모르니 한참을 돌고 돌며 목이 말라 애를 먹었던 생각을 하니 웃음이 절로 날 수밖에요.

땀을 훔치고 앉아 있는데 어둠 속을 헤치며 붉은 태양이 솟아오릅니다. 모두가 다 ~’ 하고 탄성을 지릅니다. 언제 어디서 봐도 떠오르는 태양은 신비롭고 아름답습니다.

일출을 찍은 다음 돌아서 보니 멀리 산 아래로 비루파크샤 사원과 길게 뻗은 함피의 바자르(시장터)가 아침 햇살 속에서 새벽을 열고 있습니다.

함피 마을 너머로 한 줄기 강이 흐르는데 저 강은 과거 비쟈야나가르 제국의 젖줄이었던 퉁가바드라강으로 어제 우리가 바구니배를 타고 지났던 강이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이 마탕가힐에 올라 주변 지형을 보고 다녔다면 참 쉽게 함피 여행을 했을텐데 아무것도 모르고 다녔으니 고생할 수밖에요.

마탕가힐 정상에 있는 이름 모를 작은 사원.
마탕가힐 정상에 있는 이름 모를 작은 사원.

여기서 보니 비쟈야나가르 유적 중에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퉁가바드라강 변에 있는 비탈라 사원입니다. 어제 일행들과 떨어져 다른 곳을 돌다가 나중에 잠깐 들렸던 사원으로, 세 개의 건물이 있는데 두 개는 신전이고 중앙에 있는 것은 궁전이랍니다.

어제 너무 늦어 다 돌아보지 못하고 궁전만 봤는데 다른 사원이나 궁전에 비해 비교적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 있답니다.

돌기둥들마다 머리는 용이고 몸은 사자인 기이한 동물이 조각돼 있는 것이 독특하며, 신전 마당에는 금방이라도 굴러갈 듯한 돌 마차(Stone Car)가 있습니다. 돌을 다루는 솜씨가 마치 나무를 다루듯 한 석조예술의 극치를 느낄 수 있습니다.

비탈라 사원에 있는 궁전으로 ‘음악궁전’이라고 불린다
비탈라 사원에 있는 궁전으로 ‘음악궁전’이라고 불린다

건물 곳곳 섬세한 조각이 놀라운 이 궁전은 음악궁전(Music Palace)’이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음악을 연주하며 즐기는 그런 곳이 아닙니다.

중앙에 홀이 있고 그 둘레에 여러 개의 돌기둥들이 있는데 그 기둥들에 또 여러 개의 작은 기둥들이 마치 현악기의 현()처럼 조각돼 있기 때문인 듯 합니다. 기둥에는 전통 타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도 조각돼 있네요.

이것들은 모두 하나의 돌로 연결돼 있습니다. 작은 돌기둥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자 놀랍게도 마치 악기와 같은 맑은 소리가 흘러나오네요. 돌기둥 속이 비어 있는 것도 아닐텐데 어떻게 이런 소리가 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도는 예상하는 것보다 예상할 수 없는 것들이 무수히 존재한다는 말이 있는가 봅니다.

오늘도 갈 길이 멀어 서둘러야 한다는 가이드의 재촉에 일행들과 산을 내려오는데 어제 봤던 아츄타라야 사원을 지나게 됐습니다. 아침 분위기가 사뭇 다르네요. 하긴 어제는 바짝 긴장한 상태에서 돌아다닌 것이고 이렇게 여유를 갖고 보니 다르게 보일 수밖에요.

아츄타라야 사원. 많은 관광객들이 사원을 둘러보고 있다.
아츄타라야 사원. 많은 관광객들이 사원을 둘러보고 있다.

이제 강 너머 바위산 정상에 있다는 원숭이 사원을 들리고 나서 바로 아이홀 미술대학을 향한다고 합니다.

원숭이 사원으로 가기 위해 바위 틈에 만들어진 계단을 땀을 뻘뻘 흘리며 돌고 돕니다. 마침내 정상에 올랐는데 원숭이는 간데없고 사람들만 북적이고 있네요.

원숭이 사원을 끝으로 23일간 함피 답사를 마쳤습니다. 우리 일행은 다시 미지의 남인도의 오지에 있는 6~7세기 찰루키아 왕국의 수도 아이홀을 향합니다.

많이 피곤했던지 흔들리는 차 속에서도 깊은 잠에 빠졌지요. 한참을 자다 깼더니 고속도로를 달리는 중입니다. 차창 너머로 짐을 가득 실은 화물차들이 길게 줄지어 달리고 있습니다. 인도의 경제 성장을 엿볼 수 있는 모습이네요.

벵갈루루에서 함피로 올 때 지났던 고속도로에서도 그랬지만 고속도로마다 화물을 가득 실은 화물차들만 보이는 것 같습니다.

한참을 달리던 버스가 한적한 농촌길로 들어서자 밭에서 일을 하고 있는 농부들 모습이 보입니다. 지금 남인도 농가는 사탕수수 수확시기을 맞았는지 가는 곳마다 사탕수수를 잔뜩 실은 마차와 차량들이 많이 보입니다.

드디어 아이홀이란 작은 도시에 도착했습니다. 마을에 무슨 행사가 열렸는지 마이크 소리가 요란스럽고 거리에는 의상을 곱게 차려입은 여인들이 많군요.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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