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랑에 빠진 작가의 ‘책 연애담’
책과 사랑에 빠진 작가의 ‘책 연애담’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7.0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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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추천하는 이달의 책] 독서의 기쁨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쓸 때마다 취미란을 채워넣기가 곤혹스러웠었다.

책을 좋아하고 즐겨 읽지만 독서는 딱히 취미가 없는 사람들이 적어 넣는 무난하고 흔한 답 아닌가? 너무 뻔하고 좀 재미없는 사람처럼 보여지지 않을까 소심한 고민을 했었다.

무엇보다도 그만큼 책을 읽는 일에 순수하고 강렬한 즐거움을 느끼는지는 솔직히 자신이 없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 책의 저자인, 유튜브에서 책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채널 겨울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북튜버(book+youtube+er)’ 김겨울은 아마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당당하게 취미는 독서라고 말할 것 같다.

28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은 그녀가 거쳐 온 책 덕질의 증거물이다. 일단 제목부터가 과감하게도 ‘독서의 기쁨이다.

저자는 우선 1부에서 책의 물성과 정신성에 대한 이야기로 책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드러낸다.

표지의 형태부터 제본 방법, 내지와 서체, 줄 간격, 무게, 심지어 띠지와 가름끈까지.

손으로 만져가며 눈으로 읽기 때문에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책의 물리적 속성에 이어 책 안에 들어있는 정신을 주제로 책이 주는 즐거움을 논한다.

2부에서 책을 만나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3부에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가 되어버린 책에 대한 글들과 책을 다루는 매체, , 영화화 된 책, 북튜브 이야기 등 세계 속에서 책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2‘‘만남과 동거부분이 제일 흥미로웠다.

자신이 어쩌다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는지, 개인적인 독서 취향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책을 어떻게 고르고 어디서 만나는지, 애독가라면 한 번쯤 생각해봤을 시시콜콜한 주제들에 대한 이야기를 끝도 없이 풀어놓는다.

행간을 따라가다 보면 ‘와! 나도 그랬는데!라고 함께 수다를 떨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내가 다녔던 중학교의 도서실에 놓여있던 가죽 소파의 퀴퀴한 냄새와 영화 러브 레터에서 도서대출카드에 첫 번째로 자신의 이름을 적어놓던 일명 후지이 이츠키 스트레이트 플래시가 책벌레 여고생에게 얼마나 로맨틱해 보였나 등등 에 얽힌 추억을 환기시켜준다.

얼마 전 우리 도서관에서 강연을 했던 어린이 책 읽는 법의 저자 김소영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 중에서 어린이들이 책을 좋아하는 마음을 유지하게 하고 평생 읽는 사람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자신의 가장 큰 목표라는 이야기가 유난히 기억에 남았었다.

어쩌면 평생 독자가 되기 위한 첫 걸음은 독서가 얼마나 재밌고 기쁜 행위인지 아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 아닐까?

이 책의 저자 또한 책을 읽는 행위를 통해 독자들이 더 큰 재미와 기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끊임없이 회유한다.

그 설득의 방법이 무턱대고 독서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거라면 이제까지 수도 없이 들어왔던 지루한 이야기의 동어반복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처럼 책과 사랑에 빠진 사람이 진심을 담아 얘기하는 책과의 연애담은 그 상대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TV 홈쇼핑의 쇼핑호스트를 능가하는 저자의 책 영업에 한 번 넘어가보시길 권한다.

<강희진 제주도서관 사서>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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