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판독 시스템(VAR)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
  • 홍성배 기자
  • 승인 2018.07.05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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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멕시코 월드컵은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 같은 마라도나를 위한 무대였다. 디에고 마라도나는 이 대회에서 아르헨티나가 두 번째 월드컵을 들어 올리는 중심에 서며 그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렸다. 그는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수비수 5명을 혼자 따돌리고 골을 성공시켜 축구팬들을 열광시켰다. 또한 이 경기에서 발생한 마라도나의 ‘신(神)의 손’ 사건 역시 전 세계 축구팬들을 경악시키며 마라도나를 결코 잊지 못하게 만들었다. 마라도나는 잉글랜드 골키퍼와 공을 경합하는 와중에 교묘하게 손으로 공을 쳐서 골문 안으로 밀어 넣었다. 심판은 이를 미처 보지 못해 골을 인정했지만 TV화면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30년이 더 지난 ‘신의 손’ 사건이 다시금 떠오른 것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한창 열기를 더하고 있는 2018 러시아 월드컵부터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Video Assistant Referees)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VAR은 카메라가 찍은 영상으로 경기과정을 판독하는 시스템이다. 경기 결과에 직접 영향을 주는 득점 장면, 페널티킥 선언, 퇴장, 경고 등 네 가지 경우에 한해 실시된다.
FIFA는 이번 월드컵에서 VAR 도입으로 그동안 대회 때마다 끊이지 않았던 오심과 이로 인한 판정 불만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새로운 논란거리가 등장했다. VAR의 도움에도주심의 요청에 의해서만 판독이 가동되면서 문제가 시작된 것이다. 비디오 판독 심판이 문제를 발견해 주심에게 알려도 최종 결정권은 주심에게 있다.

실제 조별리그 모로코-스페인전에서 모로코의 슈팅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스페인 수비수 손에 맞았지만 주심은 VAR을 요청하지 않았고, 모로코-포르투갈 경기에서도 같은 상황이 발생했지만 주심은 이를 외면했다.

VAR 신청 권한을 각 구단의 감독에게 주고 있는 국내 프로야구와 달리 막강한 권한이 주심에 집중되면서 공정성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VAR의 남발도 논란거리다. 호날두와 같은 세계적인 유명 선수나 유럽의 강팀에 집중되면서 오심을 합법화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VAR 판독 결과가 공개되지 않으면서 편파 판정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도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나라도 VAR에 울고 웃으며 경기를 마쳤다. 첫 경기인 스웨덴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수비수 김민우의 태클로 스웨덴 공격수가 넘어졌고 VAR 판독을 거쳐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는 공을 잡고 있던 기성용이 상대 선수에게 다리를 채여 넘어진 상황에서 멕시코의 공격이 그대로 진행됐다. 결국 두 번째 골을 내주고 말았다. VAR 판독이 이뤄졌다면 반칙에 이은 공격이어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다.

반면 독일전의 VAR은 한줄기 빛이었다. 후반 추가시간 김영권이 골을 넣었지만 부심은 깃발을 들어 오프사이드를 선언했다. 만일 이 상황에서 VAR이 진행되지 않았다면 전 세계를 놀라게 하며 ‘역대 월드컵 이변 2위’로 선정된 명승부는 없었을 것이다.
VAR은 최신 기술을 통해 오심 논란을 종식시킬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결국 성패 여부는 사람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주심이 VAR을 요청하지 않거나, VAR을 요청해도 잘못 판독한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프로야구에서 VAR을 거치고도 홈런을 2루타로, 아웃을 세이프로 잘못 판정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사례에서 보듯 첨단시스템을 운용하는 사람의 기술과 능력이 결과를 좌우한다.
이처럼 기술이 발전하고 시스템이 정비돼도 최종 결정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스포츠뿐 아니라 모든 조직에서 진정 성장을 바란다면 교육과 투자를 통해 인재를 키워야 하는 이유다.

홍성배 기자  andhong@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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