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선물
무지개 선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7.03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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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숙.서울가정법원 상담위원/숙명여대·가천대 외래교수

 

강의 요청을 받고 길을 나섰다. 비행기, 공항버스를 이용한 후 다소 짧은 거리를 다시 이동해야 하는 경로였다.

번거로울 수도 있었지만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순수하게 강의 요청에 라고 대답했다. 그 말끔한 선택에 따른 선물이었을까? 너무나도 기분 좋은 일이 연달아 일어났다.

비행기에서 내린 후 공항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공항버스에서 내리고 나자 잠시 고민했다. 최종 목적지는 택시를 타면 기본 요금 정도가 나오는 거리였기 때문이다. 혹시 시내버스가 있을까? 그냥 택시를 탈까? 잠시 망설이는 순간, 모녀지간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필자를 향해 저기요. 저희랑 동행하시면 되요라며 손짓과 목소리를 건넸다. 방금 내린 공항버스에 함께 탔노라며, 필자가 버스기사에게 처음 온 도시인데 목적지와 인접한 정류장을 묻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필자의 최종 목적지 부근에 본인들의 집이 있다며 함께 택시를 타자고 한다. 너무 고마워서 덥석 그녀들을 따라 택시에 올랐다.

교통비는 필자가 내겠다고 하자, 괜찮다며 한사코 사양한다. 그럼 반반씩 이라도 내고 싶다고 다시 청했다. 그랬더니 나와 내 딸도 낯선 도시에서 처음 보는 분들로부터 고마운 경험을 많이 했어요. 오늘 그 마음을 갚을 기회를 주세요라고 한다. ! 가슴이 뜨뜻해지는가 싶었는데 필자는 어느 새 씩씩하게 !”라고 대답을 하고 있었다.

잠시 뒤 목적지에 도착하자 필자는 모녀에게 감사합니다. 지금 받은 이 고마운 마음, 많은 분들을 향해 또 전할께요라고 말하고 꾸벅 인사하고 내렸다.

마치 방금 박하사탕을 먹고 난 듯 환하고 개운했다. 낯선 도시에서 처음 보는 이들이 베풀어준 그 마음과 몸짓에서 선하고 기운찬 에너지가 전해져 왔다.

그 덕분에 다소 딱딱할 수 있었던 필자의 강의도 훈훈하게 변했다. 협의로 이혼을 진행하는 부모를 둔 미성년 자녀들이 가질 수 있는 마음에 대해 알아보고, 자녀 입장에서 부모의 이혼을 건강하게 경험하도록 하려면 그 시간에 부모와 자녀를 만나는 상담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들이 그날 강의 주제였다.

실상 부부와 부모의 이름으로 함께 살았던 결혼생활을 이혼으로 정리하려할 때 그 부분에 타인의 개입이 들어가면 부부는 크게 저항할 수밖에 없다. 얼마나 고민하고 망설였는지, 수많은 불면의 밤을 보내며 서로 이혼이라는 결정을 함께 일치시켜 협의를 이룬 것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하며 지지를 해줘야 한다.

그건 갈등을 묵히거나 모른 척 하지 않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는 뜻이다. 그것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부부에게 알려야 한다.

그러나 혹시 부부가 서로 결정한 것부부만의 결정이고 자녀들의 마음은 모른 척 한 것은 아닌지 꼭 짚어봐야 한다. 자녀가 한 명 이상일 경우 경제적인 이유를 생각해 나눠 키우겠다는 결정을 하는 경우도 있고 친권은 한 쪽 부모가 양육권은 나머지 부모가 갖는 것으로 협의하는 경우도 있다. 또 서로에 대한 미움, 섭섭함, 분노가 많아 급하게 이혼부터 하고 나중에 차분히 돌아보고 아이들과 함께 살고자 하는 부모도 있지만 못내 그 마음을 모른 척 뿌리치며 상대방을 양육자로 동의하기도 한다.

이런 결정하는 부모가 일부러 자신만 편하고 아이들에게는 상처를 주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도 그들의 입장이 있다. 내게는 비록 아쉬운 아내 혹은 남편이라도 아이에게는 세상에 둘도 없는 엄마, 아빠이기 때문이다.

낯선 시간을 지나가고 있는 그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 주며 아이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여러 상태들을 설명해 주는 시간을 가질 때 부모의 마음은 열리게 된다.

부모들의 결정 안에 아이들의 의사가 반영되도록 상담가가 눈 밝은 안내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 창가 자리에 앉아 창 밖을 무심히 보는데 눈 앞에 무지개가 환하게 펼쳐져 있었다.

~ 탄성을 지르며 바싹 창가로 갔다. 이래저래 선물을 많이 받은 날이다. 세상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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