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도 다시 한 번
미워도 다시 한 번
  • 김현종 기자
  • 승인 2018.07.0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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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개봉한 영화 미워도 다시 한 번은 역대급 흥행작이다.

스토리는 간단하다. 유치원 교사 아가씨가 약사와 사랑했는데 알고 보니 유부남이라 헤어졌다. 임신 사실을 숨긴 채 애를 낳아 키우던 여자는 아이를 아빠에게 보낸다. 하지만 아이는 다시 엄마에게 돌아간다.

시대상황과 맞물린 연민과 미련에 북받친 관객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훔쳤다. 당시 서울 인구 450만명 중 무려 37만명이 영화를 봤다고 한다. 속편도 잇따라 제작됐다.

남진의 노래 중에 미워도 다시 한 번이 있다. “()순정을 다 바쳐서 믿고 또 믿었건만/ 영원히 그 사람은 사랑해선 안 될 사람/ 말없이 가는 길에 미워도 다시 한 번/ 안녕”.

이 히트곡은 후배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 되면서 인기를 이어왔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은 선거 때도 등장한다. 현직 후보가 연임을 노릴 때 애용하는 읍소형 전략이다. 유권자 입장에선 확실성이 결여된 신임 또는 불신임 중 택일한다.

상대성인 선거에서 미워도 다시 한 번이란 호소가 먹혔다면 경쟁후보의 함량 미달이나 자질 부족 영향도 적지 않다. 당선자는 미움을 상쇄하기 위한 배가의 노력을 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은 당연하다.

원희룡 지사도 미워도 다시 한 번으로 당선된 측면이 강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경쟁후보에 크게 밀렸다가 역전시킨 지지율 추이가 방증한다.

원 지사가 취임 일성으로 소통과 화합을 강조했다. 미움의 원인을 간파한 듯 중앙정치를 멀리하고 지역 인재를 등용하겠다는 약속도 거듭되고 있다.

원 지사가 임기를 마칠 즈음 미워도 다시 한 번으로 선택했던 도민들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자못 궁금하다. 이들의 냉정한 심판이 민선 7기 도정 성적표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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